“논란을 끝내기 위해 진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영상을 게시하려 한다.”
프랑스 마라토너 모하드 암도우니(33)가 8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이다. 그러나 SNS 댓글로 이어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유튜브 캡처
발단은 8월 8일 벤 세인트 로런스라는 트위터 사용자가 올린 영상 캡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호주의 장거리 육상선수다. 지난 도쿄올림픽 마라톤 영상이다. 28㎞ 지점의 워터스테이션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1위로 달리던 엘리우드 킵초케(37·케냐)가 맨 먼저 물병을 집어 들고, 그다음 선수도 물병을 집어든다. 문제는 세 번째 손을 내민 암도우니의 차례. 그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볼링핀을 쓰러뜨리듯 물병을 줄줄이 다 쓰러뜨리고 맨 마지막 한병만 집어들고 간다. 바로 뒤에서 물병을 잡으려 했던 네덜란드 선수 아비브 나게예(32)는 물을 마실 수 없었다. 위 트위터 사용자는 다음과 같은 논평을 달았다. “마지막 한병을 움켜쥐려고 한줄을 다 넘어뜨리다니 생각이 있는 걸까.”
누리꾼들은 암도우니의 ‘생각’을 의심했다. 경쟁자들이 물을 마시지 못하도록 고의로 한 행동이 아니냐는 것이다.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올림픽 정신을 위배한 그를 앞으로는 올림픽게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거나 “고의로 한 것이 맞다면 2020년 올림픽 공식기록에서 그의 이름을 삭제하고 앞으로 큰 마라톤게임 참가자격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넘쳐난다. 한 사용자는 암도우니에게 “2020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언페어플레이를 한 선수상을 줘야 한다”고 비꼬았다. ‘언페어플레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받은 최종 순위는 17위. 2시간 14분 33초다. 바로 뒤에서 물을 마실 기회를 잃어버린 아비브 나게예는 2시간 09분 58초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2시간 08분 38초를 기록한 킵초케. 지난 올림픽에 이어 2연패다.
암도우니는 어떻게 말할까. 그는 8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주최 측에서 물병을 차갑게 하기 위해 물에 담가뒀다가 선수들이 오기 직전 꺼내놨는데, 물기 때문에 손이 미끄러졌다”라며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일렬로 놓여 있는 병 중 마지막 병을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고의는 아니었고, 손이 미끄러져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실제 암도우니의 손을 확대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고의로 쓰러뜨린다기보다 물병을 잡으려다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달리면서 물병을 잡으려다 보니 가속도가 붙어 결과적으로 못 잡은 물병들을 쓸어버리는 것처럼 된 것이다. 달린 댓글 중엔 암도우니를 비난하는 댓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병을 너무 다닥다닥 붙여놓아 뛰는 도중 붙잡기는 너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그재그식으로 물병을 놓으면 이런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해명글을 올렸지만 실시간으로 달리는 그에 대한 비난글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사실 해명글을 봐도 변명만 있었을 뿐, 고의든 아니든 자신이 다른 선수들에게 입힌 ‘피해’에 대한 유감표명 같은 건 없었다. 기사를 쓰기 위해 8월 10일 다시 암도우니의 페이스북 계정에 들어가 보니 해당 글은 물론 페이스북 자체가 닫혀 있었다.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을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