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연구사가 말하는 바이오로깅의 세계
인간이 알 수 없는 동물만의 세상은 늘 호기심의 대상이다. 어느 시간대에 주로 활동하는지, 어떻게 짝짓기를 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하지만 막상 명확하게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바닷속에 사는 해양생물은 더 접근이 어렵다. 깊은 수심, 차가운 심해 온도, 거친 파도, 깜깜한 어둠이 인간의 관찰 범위를 제한해버린다.
최근 과학자들은 해양생물에 ‘바이오로깅’을 적용해 해양생태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바이오로깅은 소형 장비를 부착해 생물의 활동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연구 방법으로, 사람으로 치면 스마트폰을 포렌식하고 스마트워치로 움직임을 기록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바이오로깅은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또 바이오로깅으로 얻은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될까. 부산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이정훈 연근해자원과 해양수산연구사를 만나 무궁무진한 바이오로깅의 세계를 들었다.
-바이오로깅과 동물인터넷은 무엇인가.
“바이오로깅은 ‘바이오(생물)’와 ‘로깅(기록하다)’을 더한 개념으로, 연구대상 생물에 직접 다양한 센서나 소형 장비(기록계, 음파발신기, 카메라 등)를 부착해 행동, 생태나 주변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수집하는 것이다. 단점은 방류한 다음에 직접 회수해야만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동물인터넷은 이러한 바이오로깅의 한계를 보완한다. 바이오로깅으로 수집한 자료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개념으로, 동물에 의해 수집된 행동·관측 데이터가 각종 통신망에 의해 전달·수집되는 환경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직접 수거하지 않더라도 통신을 통해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다. 사물끼리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듯이 동물끼리도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동물인터넷의 최종 목표다.”
-장비를 회수하지 않고도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해양생물 연구에 있어서 어떤 발전이나 진전을 의미하나.
“동물의 생태를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관찰이 필요하지만, 동물 대부분은 인간의 시야를 벗어나 생활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2000년대 초반 전자기술 발달로 작은 동물에도 부착 가능한 초소형 기록계가 개발되면서 바이오로깅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새로운 사실이 많이 밝혀지게 됐다. 바이오로깅과 동물인터넷을 통해 개체단위의 센서에 저장된 자료를 더 많이 회수할수록 정밀한 생태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일단 우리나라 연근해 중심으로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한다.”
-탄생한 시기는. 현재 어느 정도로 기술 발전이 된 상황인가.
“바이오로깅이란 용어가 생긴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수중에서 음파로 정보를 주고받는 ‘바이오텔레메트리(Biotelemetry)’와 메모리를 부착했다 회수하는 ‘로깅’의 두종류가 있는데, 장비의 발달로 텔레메트리 기술과 로깅의 기능이 결합한 장비들이 개발되면서 이 둘을 ‘바이오로깅’으로 용어를 통일하는 단계다. 이전에 1960년대부터 개별적인 연구는 있긴 했지만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한 이후 학술용어로 인정받으면서 연구자들이 많이 생겼다. 예를 들어 이전엔 물범 같은 동물에 단순하게 개별 장비를 부착해 잠수 깊이를 알아냈다면 점점 센서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정보통신 기술이 맞물리면서 발달해갔다. 최종 목표인 ‘동물끼리 연결’은 선진국도 아직 개발하고 있다. 동물인터넷이 구축된다면 바다에 네트워크가 생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수중에 기지국이 생길 수도 있고, 동물 하나하나가 기지국이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선 바이오로깅을 다양한 어종에 적용하는 단계다. 다만 동물 서식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체중의 3~5% 정도에 해당하는 장비 부착은 동물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어느 정도 원칙은 정립돼 있다.”
-바이오로깅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엇이며 어디에 활용되고 있나.
“수심과 수온은 기본적인 정보다. 센서 종류에 따라 수중 산소, 염분, 유속의 방향도 알 수가 있다. 스마트폰의 가속도 센서로 이용자의 움직임을 알 수 있듯이 동물의 움직임도 저장할 수 있다. 이 정보가 축적되면 나중에 수중에서의 움직임도 추적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가 생각났다) 맞다. 만보계 같은 것이 동물한테 달려 있다고 보면 된다. 연구자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이러한 정보는 어장환경 특성, 회유성 수산자원의 예측, 수산자원보호구역 설정, 인간활동이 미치는 영향, 종자 방류 효과 검증, 어획 메커니즘 이해 등에 ‘맞춤형’ 활용할 수 있다. 산란장이 어디인지 알게 된다면 해당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물속 움직임을 파악하면 어구에 대한 맞춤 개발을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수산자원의 안정적인 관리 방안에 기여한다.”
-개체에 장비를 부착하는 것에서 정보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되나.
“대상 어종에 센서 부착-방류-회수-분석의 4단계로 구분한다. 동물을 이용한 연구이기 때문에 사전에 동물윤리에 대한 교육 이수와 실험 진행에 대한 심의를 받아야 한다. 부착하는 기록계의 종류,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게끔 부착할 방법, 방류와 기록계 회수의 시기와 장소에 대한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회수한 기록계에 있는 수치를 어떻게 시각화할지도 상당히 고심해야 한다.”
-많은 어류 중 대구에 바이오로깅을 시도한 이유는.
“최근 대구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대구의 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밝히고 싶었고, 연구 과정에서 대구가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로 산란을 위해 회유하는 것을 확인했다. 돌아오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할까, 산란장에선 어떻게 행동할까 등을 밝힌다면 자원회복에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해 바이오로깅을 적용했다. 최근엔 2년 6개월간의 데이터가 저장된 기록계를 회수해 분석 중이다.”
-기록계 회수율은 어느 정도인가.
“대구의 경우 회수율이 24~25% 정도다. 일반적으로 20% 정도면 상당히 높다고 본다.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선 어민 협조도 필요하다. 기록계를 달고 방류한 개체가 어민에게 발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리 어민에게 홍보도 하고, 수과원의 연락처도 붙인다.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엄청 중요하다. 촬영된 공간과 회수한 지점을 알면 활동 반경을 추정할 수 있고, 부착된 개체 하나만의 정보가 아니라 주변환경과 무리의 특성까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계를 부착할 수 있는 어류에 제한은 없나. 대구 말고 바이오로깅을 적용한 어종은.
“이전엔 고래, 물범, 펭귄처럼 무거운 동물이 대상이었다. 기록계 부착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게이고,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장비를 견딜 수 있으려면 장비 무게가 체중의 3~5%일 때 적당하다. 현재는 기술이 발달해 장비가 소형화되다 보니 체중이 200~300g 정도인 어류까지도 부착할 수 있다. 대신 이들의 유영 패턴과 생태에 대한 사전정보가 있어야 한다. 먼바다에만 계속 머무를 경우 회수가 힘들다. 자원회복을 위해 명태, 대게, 대문어, 참홍어, 꼼치, 문치가자미에게도 바이오로깅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어종도 점차 늘려가려고 노력 중이다.”
-향후 어떤 쪽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싶은가.
“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하다. 바이오로깅 장비는 일본,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로 외국산이다. 수입 단가가 비싸기도 하거니와 문제가 생겼을 경우 사후 수리가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속도계, 카메라 같은 장비가 하나당 수백만원씩 하는데 국산 개발로 단가를 줄여 하나 살 돈으로 두개를 살 수 있다면 결국 회수율도 높일 수 있다. 다만 국내 장비가 개발되려면 수요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바이오로깅 관련 분야의 연구자가 국내에 많지 않고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도 드물다. 외국에는 바이오로깅 관련 학과나 커리큘럼이 생겨 전공자가 많다. 우리가 늦긴 했지만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고, 결국엔 우리에게 맞는 걸 하는 게 중요하다. 국산화 기술이 확보되면 연구목적에 맞는 맞춤형 기록계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자료회수에 핵심 기술인 수중·전파 통신에 대한 여건이 우리나라엔 잘 구축돼 있다. 이를 기반으로 많은 기지국이 건설되고 통신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우리가 더 쉽고 빠르게 갈 수도 있다.”
-연구자로서의 보람은.
“해양수산부에서는 5년마다 수산자원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올해 수립된 제3차 기본계획에 수산자원조사 고도화를 위해 바이오로깅 조사가 포함됐다. 내가 하는 연구의 필요성이 수산정책에 반영돼 연구자로서 기뻤다.”
-수산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과 예비 연구자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바이오로깅은 해양·수산 분야에 무궁무진하게 응용할 수 있다. 센서의 다기능화, 정확도, 정밀도 등 공학적인 기술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고, 수집되는 빅데이터 중에서 ‘보물데이터’를 찾기 위해 분석전문가와 통계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바다연구가 좋지만 배 타는 것을 싫어하고, 생물연구가 좋지만 만지는 것을 싫어해 해양·수산 분야에 접근하지 못했다면 바이오로깅이 얼마든지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