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동 평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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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과 균형의 ‘첫 아나키스트’

<프루동 평전> 조지 우드코크 지음·하승우 옮김·한티재·2만4000원

[신간]프루동 평전 外

‘아나키스트’란 말이 경멸어린 표현이었던 시절, 처음으로 떳떳하게 아나키스트임을 자처한 사람. 통념에 도전하는 “소유는 도둑질”이라는 전복적인 주장으로 당대 사회주의 세력 중 한축을 이뤄낸 사람.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의 삶을 그의 주장과 함께 돌아보며 평가한 책이다. 19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영향을 미친 그의 초기 아나키즘 이론은 제1인터내셔널에서 마르크스를 주축으로 한 소위 ‘과학적 사회주의’에 맞서는 일파를 형성했다. 마르크스주의처럼 ‘교조’를 두기를 거부한다는 점, 그리고 마르크스주의 진영으로부터 ‘몽상적’이라는 폄하를 줄곧 받아온 점 때문에 아직도 아나키즘에는 오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래서 근현대 아나키즘 계보의 가장 윗선에 자리 잡은 프루동 역시 생애와 사상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하는 삶을 살았던 프루동은 생활을 자기 힘으로 영위하면서도 사회와 시대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는 조직의 중앙 핵심부에 권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원칙 대신 힘의 분산과 상호균형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 연방주의 원리를 확립해 기계적인 평등보다 역동적인 균형을 강조했다. 이렇게 다져진 그의 사상은 오랫동안 아나키즘이 다른 여러 사회주의 사상과 구분되는 독특한 분권적·자율적 특성을 보이고 실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책은 프루동이 이와 같은 사상을 벼려낸 토양인 당대의 삶과 투쟁을 다루며, 특히 프랑스 대혁명에서 파리 코뮌으로 이어진 시기를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또한 마르크스, 게르첸, 블랑키, 바쿠닌 같은 혁명가들의 삶도 책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

▲사랑에 밑줄친 한국사 | 이영숙 지음·뿌리와이파리·1만8000원

[신간]프루동 평전 外

동아시아의 유교적 가치관 때문에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여성의 삶과 사랑에 대해 천착해온 저자가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역사를 ‘사랑’이란 주제로 읽어낸다. 시와 노래로 남은 연애사건 28건을 발굴해 당시의 시대와 문화를 직조하듯 그려낸다.

▲나의 까칠한 백수 할머니 | 이인 지음·한겨레출판·1만6000원

[신간]프루동 평전 外

마흔 살 작가인 손자가 코로나 시대를 맞아 느닷없이 백 살 할머니의 간병인이 돼 쓴 관찰기다. 세상 바깥에서 살고 있다고 믿던 작가가 자신보다 작고 약한 할머니를 돌보면서 발견한 할머니 100년 인생을 통해 기쁨과 유대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밝은 밤 | 최은영 지음·문학동네·1만4500원

[신간]프루동 평전 外

증조모부터 할머니, 어머니, 나로 이어지는 4대의 삶을 비추는 장편소설이다. 증조모에게서 차례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반대로 ‘나’에게서 출발해 증조모로 향하며 쓰이는 이야기가 서로를 넘나들며 서서히 그 간격을 메워간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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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