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 재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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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판도를 개척하는 당찬 판타지

이 영화는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고 진화할 영상매체의 판도와 경향의 현재를 실감할 수 있는 한국형 모델이다.

제목 방법: 재차의(謗法: 在此矣·The Cursed: Dead Man’s Prey)

제작연도 2020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09분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감독 김용완

출연 엄지원, 정지소, 정문성, 김인권, 고규필, 권해효

개봉 2021년 7월 28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최근 한국 영상물은 다양한 시도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계의 부진은 우려를 낳고 있지만, 반면 이를 기회로 급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TV와 OTT 시장의 선전은 다각도의 협업과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확연하게 구분됐던 방송제작 현장과 영화 제작현장의 보이지 않는 장벽도 차츰 사라져 현재는 사실상 하나의 시장처럼 기획, 관리, 마케팅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고 실제로 현장인력들 역시 경계를 넘나들며 활약한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제작현장의 시스템뿐 아니라 작품의 소재나 형태,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 <방법: 재차의>는 TV 드라마 <방법>의 극장판이자 속편이다.

애초 드라마의 주요 제작진이 충무로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이었기에 드라마의 성공이 극장판으로 이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같은 양태는 공교롭게 지난 7월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킹덤: 아신전>도 함께 언급할 만하다. 시발 드라마가 고무적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점, 전작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개별 작품으로서의 특색과 가치를 충분히 존중하고 있다는 점, 또 앞선 시리즈와 뒤따를 시리즈를 잇는 가교의 기능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조선 고문에 등장하는 유사좀비 ‘재차의’

3년 전 믿지 못할 초자연적인 사건에 휘말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목숨을 건진 기자 임진희(엄지원 분)는 다니던 유력 신문사를 그만두고 당시 사건으로 인연이 된 자칭 도시탐정 김필성(김인권 분)과 함께 독립 언론사를 개업한다.

그즈음 엽기적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가해자는 이미 3개월 전에 사망한 사람으로 밝혀져 세상은 발칵 뒤집힌다.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이 진범이라 밝힌 의문의 사나이는 진희와의 단독 인터뷰를 요구하고, 황당한 사건에 연루된 진희는 또다시 목숨을 걸고 진실 찾기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드라마에 이어 이번 극장판의 각본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아시아의 요괴나 괴담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없을지 늘 고민해왔다고 한다. 극장판만을 위한 특별한 소재를 찾던 그는 드라마에서 중요하게 사용됐던 민간무속과 ‘방법’이라는 저주술법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조선 중기 문신 성현(成俔)이 지은 <용재총화>에 등장하는 ‘재차의(在此矣)’를 접목했다.

시체가 살아나 움직인다는 기본설정은 서양의 좀비와 유사하지만 ‘재차의’는 언어를 구사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등 이전까지와는 다른 차별된 존재로 그려진다. 여기에 유사한 형태로 시체를 조종하는 인도네시아의 흑마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더욱 기괴한 형태의 괴물이 창조됐다.

모든 면에서 강력해진 극장판 속편

영화는 이런 독특한 재료의 활용을 극대화한다. 개체수나 역동성에 옭매어 진화를 거듭하던 좀비의 한계는 재차의라는 새로운 형태로 거듭나면서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특별한 액션과 규모의 장면을 만들어내고 이는 고스란히 영화적 쾌감으로 이어진다.

확실히 극장판답게 드라마와 비교해 무대, 등장인물, 액션, 드라마 등 모든 면에서 강력해졌다.

현대 상업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캐릭터 구축이나 서사의 흐름처럼 면면을 떼어놓고 보면 뚜렷이 새로울 게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을 적절한 함량과 비율로 녹여내 또 다른 맛을 이끌어내는 재주는 비범한 능력이라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앞선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작품을 보는 데 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초반에 인물들의 과거사를 짧게나마 회상장면으로 배치해 설명하고 있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엄연히 별도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관람이 선행된다면 배는 즐거울 장면이 몇몇 등장한다.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 반가운 쿠키 영상이 있으니 TV 드라마를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특별히 놓치지 마길 바란다.

관객 입장에서는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고 진화할 영상매체의 판도와 경향의 현재를 실감할 수 있는 한국형 모델이란 점에서 더 의미를 부여할 만한 작품이다.

12부작 오컬트 무속 드라마 <방법>

tvN

tvN


영화 <방법: 재차의>의 모태가 된 드라마 <방법>은 CJ ENM 미디어콘텐츠 부문이 운영하는 채널 중 하나인 tvN을 통해 2020년 2월 10일부터 3월 17일까지 총 12부작으로 공개됐다.

악마로 특정된 절대 악과 이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대결을 그린 오컬트적 요소에 ‘방법’이라는 동양적 주술과 무속을 접목한 이 작품은 한국 드라마에서는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로맨스나 신파적 요소를 최대한 걷어낸 본격 미스터리 호러 장르물이었다. 이런 시도의 근간에는 그동안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적응한 국내 시청자의 기호 변화와 2019년 1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세계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킹덤>의 선전 등이 큰 자극제가 됐음이 자명하다. 더불어 이제는 한국의 대표 흥행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연상호 감독의 첫 드라마 각본 집필작이라는 점도 큰 기대를 모았다.

원작드라마는 어린 소진(이예빛 분)이 무당인 어머니 석희(김신록 분)가 사업가 진종현(성동일 분)과 의문의 여인 진경(조민수 분)이 동반한 일당에게 잔인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는 과거로 시작한다. 10년 후, 성장한 소진(정지소 분)은 IT기업 포레스트의 비리를 추적하고 있는 중진일보의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 분)를 만나 자신이 저주를 거는 능력을 가진 방법사라고 소개하는데, 포레스트의 회장인 진종현이 악마이니 처단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두 사람의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들기 시작한다.

나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초반 전개와 달리 후반으로 치달으며 지나치게 반복되는 회상장면과 느슨한 전개가 아쉽기는 하지만, tvN 월화드라마로는 역대 시청률 5위라는 성과를 달성하며 최종적으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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