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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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진 세상의 ‘스케일 전략’

<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제이미 헌트·홍경탁 옮김·어크로스·1만7000원

[신간]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外

흔히 ‘스케일이 크다’는 말을 쓴다. ‘일이나 계획 따위의 틀이나 범위가 커졌다’는 의미다. SF 블록버스터 영화나 제작비를 대거 투입한 드라마에 빗대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고 한다. 도시와 산업의 확장으로 세상의 스케일도 커졌다. 저자는 스케일이 바뀌면 문제도 바뀐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의 시대에는 데이터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팔 것인지 규정하는 경제규칙이 생겼다. 데이터를 모아 수익을 올리는 구글과 같은 기업이 등장했다.

스케일이 변화하면 ‘문제’도 복잡해진다. 관리와 예측 가능한 부분이 예상 불가능한 영역으로 변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케일이 바뀌고 거대해지면서 사회 문제도 복잡하게 얽히게 됐다. 문제의 원인을 쉽게 특정할 수 없고, 이 때문에 제시된 해결책은 쉽게 작동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스케일의 복잡성에 압도되지 않을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로마의 운명 | 카일 하퍼 지음·부희령 옮김·더봄·2만5000원

[신간]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外

로마제국의 부흥과 쇠퇴를 자연과학의 관점에서 다뤘다. 기존 해석이 사회구조와 정치 현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저자는 기후변화와 감염병이라는 변수를 들었다. 로마제국의 붕괴는 자연과학적 현상과 재앙으로 촉진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도시화된 제국은 병원체가 진화하고 전파하기 쉬운 구조였다. 저자는 로마제국의 몰락을 “인간의 야심을 무너뜨린 자연의 승리”로 평가한다. 고고학, 인류학, 생물학, 병리학, 기후학 등 여러 학문이 주장의 근거로 쓰였다.

▲불펜의 시간 | 김유원 지음·한겨레출판·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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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연출가 김유원의 장편소설. 한겨레문학상의 스물여섯 번째 수상작이기도 하다. 경쟁에서 실패하고도 제각기 삶을 살아가는 전·현직 야구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경쟁에서 밀렸지만 ‘자신만의 리그’를 꾸려가며 실패를 관리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편집자의 세계 | 고정기 지음·페이퍼로드·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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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편집자 15명을 소개했다. 어떻게 출판·잡지계에 입문했고, 어떤 스타작가를 키워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예나 지금이나 편집자가 하는 일은 비슷하다는 점도 읽다 보면 알 수 있다.

▲내일의 도시를 생각해 | 최성용 지음·북트리거·1만6500원

[신간]스케일이 전복된 세계 外

방음벽, 콘크리트 땅처럼 도시 공간을 구성하는 구조물과 장소를 답사해 관찰한 변화를 쉬운 언어로 풀어냈다. 도시가 직면한 보행권, 에너지 생산 등 핵심 이슈를 폭넓고 꼼꼼하게 다뤘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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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