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깊고 진지하게 생각한 ‘자살’
<자살에 대하여> 사이먼 크리츨리 지음·변진경 옮김·돌베개·1만3500원
![[신간]자살에 대하여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437/1437_73a.jpg)
자살은 잘못된 것인가. 책의 서문은 이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철학자인 저자는 죽음에 대한 생각과 투쟁하던 자신의 실존적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에둘러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으로 보도할 것을 권고하는 지침이 나올 정도로 자살은 금기시되는 주제지만, 사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여러차례 기록했듯 자살이 도처에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책이 제기하는 문제는 그만큼 더 무겁게 다가온다. 그저 회피하는 대신 좀더 섬세하게 살펴보고 근본적인 질문들을 정면으로 응시할 때에야 자살을 둘러싼 다방면의 쟁점을 깊이 고민한 뒤 마침내 ‘살아가는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자살에 대한 무의미하고 상투적인 말 몇 마디”를 제외하곤 “우리에게는 자살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언어가 없다”는 글귀에서도 잘 드러난다. 자살이라는 책의 주제가 단지 철학자로서 다루는 학문적인 문제를 넘어 스스로의 삶을 극복해보려는 시도에서 택한 것이어서다. 자살을 다룬 수많은 사람이 철학적 논증과 문학적 수사를 진지하게 다루며 한편으로는 자살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의 틀을 깨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죽음을 향한 충동과 그에 맞서는 생의 의지를 긴장과 모순 속에서 드러낸다. 또한 저자는 자신의 이 작업이 가진 한계까지 인식하며 더 넓고 자세하며 깊은 차원에서 자살을 대하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도 역설한다. 복잡한 삶과 모둠살이의 성격만큼 ‘삶의 의미’ 역시 단순하게만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은 자살을 보다 일상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이슬아, 남궁인 지음·문학동네·1만3500원
![[신간]자살에 대하여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437/1437_73b.jpg)
그간 서로 다른 질감의 에세이를 선보여온 두 작가 사이의 서간 에세이를 책으로 묶었다. 이들의 편지글은 각자 삶의 현장에서 경험한 어려움과 깨달음, 고백을 통해 차츰 진심을 드러내며 유쾌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맛깔나게 보여준다.
▲신의 전쟁
카렌 암스트롱 지음·정영목 옮김·교양인·3만4000원
![[신간]자살에 대하여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437/1437_73c.jpg)
종교의 이름을 내걸고 나타난 폭력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살펴본다. 주요 종교의 기원과 폭력 그리고 문명과 국가의 관계까지 돌아본 뒤 종교에는 본래 폭력의 씨앗이 배태돼 있다는 인식은 과도하게 단순화된 인식으로 그 자체로 폭력적일 수 있음을 입증한다.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정식 지음·글항아리·1만5000원
![[신간]자살에 대하여 外](https://img.khan.co.kr/newsmaker/1437/1437_73d.jpg)
HIV 감염 양성 판정을 받고 이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활동하는 저자가 자신과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에세이다. 에이즈라는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낙인찍히고 죽어갔던 이들의 모습을 표현하며 이름없이 사라지는 감염인들의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