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케이프 룸 2: 노 웨이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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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오락영화의 새로운 패턴?

영화는 논리와 상식으로 맞서려는 관객들을 비웃듯 한참은 앞서 달려나간다. 마치 21세기형 오락영화의 새로운 패턴을 제시하는 것처럼.

제목 이스케이프 룸 2: 노 웨이 아웃 (Escape Room: Tournament of Champions)

제작연도 2021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88분

장르 스릴러, 액션

감독 애덤 로비텔

출연 테일러 러셀, 로건 밀러, 토마스 코퀘럴, 홀랜드 로던, 인디야 무어

개봉 2021년 7월 1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소니 픽쳐스

소니 픽쳐스

‘방 탈출’이나 ‘퍼즐’이라는 대명제에 혹해서 관심을 갖는 관객들이라면 일단 참고할 사항이 있다. 이 영화는 관객의 예상이나 추리가 어느 정도 가능했던 과거의 미스터리나 범죄물이 절대 아니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라던가 원심력 같은 과학적 이론을 이해하거나 분석할 겨를 없이 비명을 내지르게 되는 것처럼, 그냥 눈앞에서 펼쳐지는 창의적 재난과 이를 초인적 기지 또는 필연적 우연으로 헤쳐 나오는 인물들의 고난을 그냥 멀찍이 떨어져 즐기면 된다.

고전적 장르 규정 방식에 입각해 이런 양태를 전통성의 진화로 봐야 할지 아니면 이율배반으로 봐야 할지 판정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사실 이런 경향은 현대영화의 모든 장르를 초월해 포착되고 있기도 하다. 단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당위성이나 논리적 치밀함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더 냉정한 평가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호불호를 좌우하게 되는 잣대는 극명해진다. 관객의 핍진성(逼眞性·납득될 만한 개연성의 정도)에 대한 관용 정도가 그것이다. 만약 기존의 장르에 대한 선입견이나 기대로 인해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트릭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다면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한심한 작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만약 이를 흔쾌히 포기하고 머리를 비운 채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긴다면 의외로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속편의 법칙 따르는 화려한 오락영화

전편의 마지막 장면은 다음과 같다. 1만달러의 상금을 목표로 방 탈출 게임에 참가했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여대생 조이(테일러 러셀 분)는 또 다른 생존자 벤(로건 밀러 분)과 조우한다.

조이는 자신들을 죽음의 함정에 몰아넣은 의문의 조직 ‘미노스’에 대해 장기간 모아온 자료들을 내보이며 뉴욕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들의 본거지로 가 비밀을 파헤쳐 세상에 폭로하자고 제의한다.

속편은 바로 이어진다. 비행공포증이 있어 비행기를 타지 못한 조이의 뉴욕행은 성사되지 못한다. 의외의 방식을 통해 난관을 극복한 두 사람은 드디어 뉴욕에 도착하지만, 본거지로 예상했던 건물은 기대와 다른 모습이고 설상가상으로 뒤이어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만다. 지하철 차량은 순식간에 치명적 덫으로 변해버리고 일군의 낯선 사람들과 갇혀버린 조이와 벤은 미노스의 정체를 밝혀내기는커녕 다시 한 번 목숨이라도 건져야 다행일 절박한 상황에 처한다.

<이스케이프 룸 2: 노 웨이 아웃>은 논리와 상식으로 맞서려는 관객들을 비웃듯 한참은 앞서 달려나간다. 마치 21세기형 오락영화의 새로운 패턴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불어 장기 시리즈의 가능성까지 확고히 다지고 있는데 감독이 이 소재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느껴진다.

새로운 변이로 승부하는 하위 장르의 현재

1978년생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감독 애덤 로비텔은 공포 스릴러 계열의 작품들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2014년 내놓은 데뷔작 <테이킹>은 아직까지 유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의 저예산 작품이다.

형식적으로는 무수히 차고 넘치는 엑소시즘 영화의 계열처럼도 보이지만, 공포의 대상이 단순한 ‘악마 들림’이 아닌 알츠하이머 환자라는 변주를 통해 기존 작품들과의 차별을 꾀한다. 어떻든 결국엔 영혼의 계략이라는 뻔한 결말로 회귀하고 마는데, 나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분위기와 결말에 선보이는 몇몇 엽기적 장면들로 열혈 팬들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낸 로비텔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현대 공포영화의 대표 브랜드로 대접받고 있는 블룸하우스 프로덕션과 제임스 완 감독 사단에 영입돼 <인시디어스 4: 라스트 키>(2017)를 내놓는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9년 자신의 관심과 기량을 총집결해 내놓은 전작 <이스케이프 룸>을 통해 상업 오락영화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영화의 시작엔 친절하게도 1편의 주요 장면들이 요약돼 제공된다. 전편을 보지 않아도 본작을 즐기는 데 문제는 없지만, 여건이 된다면 챙겨보고 관람하는 게 나을 것이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하위진화 ‘방 탈출’ 영화

소니 픽쳐스

소니 픽쳐스


고전적 ‘탈옥 영화’와는 별개로 ‘방 탈출’ 장르로 명명되고 있는 영화들은 몇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당연히 갇힌 공간을 탈출해야 한다는 큰 이야기 줄거리를 갖는다. 주로-관객들의 집중력 한계와 상영시간 확보를 위해-여러개의 방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데 설계자가 만들어놓은 수수께끼의 답을 풀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거나 탈출할 수 있다. 트랩이 되는 방들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할지 또 가능하다면 얼마의 제작비로 가능할까라는 현실적 의문을 갖는 순간, 당신은 영화의 재미로부터 제대로 탈출하게 된다.

등장인물은 다수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생면부지인 경우가 많다. 미지의 공간에 대한 탐색과 돌파의 묘미만큼이나 서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시시각각 다르게 형성되는 인물들 관계를 통해 제공되는 긴장감의 재미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서서히 드러나는 그들의 직업이나 과거사는 퍼즐을 푸는 데 결정적 열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작품이 통쾌한 결말을 선택하진 않는다. 주인공 격인 사람이 최후의 생존자로 살아남더라도 마지막에 그들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더 큰 난관이나 사회 윤리적 물음이란 개운치 않은 여운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방 탈출 영화의 대표작 몇편을 언급해본다. <큐브>(1997), <페르마의 밀실>(2007), <이그잼>(2009), <이스케이프 룸>(2017), <룸 이스케이프>(2017), <더 플랫폼>(2019), <팔로우 미>(2020).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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