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쓸모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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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기만과 착각의 예상 밖 효과

<착각의 쓸모>
샹커 베단텀 외 지음·이한이 옮김·반니·1만8000원

[신간]착각의 쓸모 外

다른 사람이 보기엔 하등 쓸모없어 보이는 미신 같은 믿음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내면에서 구성해놓은 이 믿음의 체계 없이 살아가는 건 과연 가능할까. 책은 그런 물음에 대한 일면의 진실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진실’이 어떤 시점의 특정한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헛된 믿음과 착각, 환상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지목하는 이 ‘자기기만’은 일상에서 의례적으로 주고받는 인사말처럼 진심과는 동떨어진 말이나 행동에서도 발견된다. 주목할 것은 비록 진심이 담기지 않은 의사소통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유대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그밖에도 자기기만이 나타내는 의외의 효과는 적지 않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흔한 플라세보 효과부터 죽음을 비롯한 비극적 숙명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마주할 수 있는 안정감까지, 때로 마음먹은 바에 따라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듯 보이는 지점마다 이처럼 믿음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기만 시스템이 인간의 정신 안에 자리 잡은 이유 역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으려는 진화적 요인에 바탕을 뒀다는 점, 즉 생존과 번식이라는 생명체의 목표 달성에 어느 정도 부합했기에 유지됐다는 근거도 제시한다. 물론 헛된 믿음과 거짓말, 남에게 속아 넘어가는 일이 모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며 인간의 합리성 역시 부정돼야 할 것도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책은 오히려 자기기만이 가진 이런 비합리적인 성격이 역설적으로 일면의 효과도 나타낸다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때 비로소 정말 불필요한 자기기만을 극복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힌두교사 깊이 읽기, 종교학이 아닌 역사학으로 | 이광수 지음·푸른역사·2만5000원

[신간]착각의 쓸모 外

힌두교라는 종교가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알려주는 개설서다. 세계의 유력 종교 가운데 국내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힌두교를 30여년간 연구해온 학자의 시선으로 상세히 설명하면서 아울러 불교에 대한 이해도 더욱 높일 수 있게 돕는다.

▲미래의 종교 | 로베르토 웅거 지음·이재승 옮김·앨피·3만1000원

[신간]착각의 쓸모 外

종교의 기원이 인간의 실존적 불안과 한계에 있다고 보는 저자는 과학적 통찰만으로 이 실존적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종교만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해야만 지금의 종교가 온전한 삶을 누리게 돕는 쪽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 이토 세이코 지음·김효진 옮김 플레이타임·1만5000원

[신간]착각의 쓸모 外

번듯한 정원을 가꾸는 장점도 있지만, 베란다라서 더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식물의 세계도 있다. 우왕좌왕하며 원예에 실패한 기록을 통해 자연스레 원예란 무엇이고, 식물과 함께하는 삶이 주는 충만감이란 무엇인지 알려준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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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