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아마존은 온라인 약국(Pharmacy) 서비스를 개시했다.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라면 조제약을 저렴한 가격으로 배송비 없이 2일 이내에 받을 수 있다. 의약품 검색, 주문 내역, 처방전 내역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24시간 주7일 약사 상담도 제공한다.
미국의 보험 및 의료 산업은 복잡성과 고비용으로 악명이 높은데, 아마존 약국은 대부분의 보험을 지원한다. 아마존 약국은 사용자의 보험을 확인해 보험 플랜에 따라 자기부담금과 공제액을 산정해준다. 또한 사용자의 허락없이 개인 의료정보를 외부 광고·마케팅 업체와 절대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마존 약국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가격의 투명성이다. 기존에 소비자는 조제약 결제 시 비로소 비용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마존 약국은 보험 적용 가격과 미적용 가격을 사전에 제공해 사용자의 판단에 도움을 준다.
아마존 약국은 사용자를 대신해 의사 및 보험사와의 행정 처리, 처방전, 조제약, 배송 등의 전 과정을 처리해준다. 사용자는 약국에 방문할 필요없이 원하는 날짜에 안전하게 포장된 조제약을 받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 이러한 온라인 약국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매번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처방전 리필제가 있기 때문이다. 처방전 리필제란 의사에게 처방을 받은 후에 다시 의사를 만나지 않아도 일정 기간 약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의사에게 리필을 요청하고 보험사가 가격을 결정하고 약국에서 약을 받는 과정은 사용자가 처리해야 하며 결코 간단치 않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소프트웨어 자동화로 처리하는 ‘파머시OS(PharmacyOS)’라는 시스템을 만든 기업이 바로 필팩(PillPack)이다. 필팩은 2013년 설립된 온라인 약국 스타트업으로 939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받고 사업이 순항하며 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는데, 2018년 6월 아마존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아마존이 약국 사업에 진출한 이유는 아마존이 차세대 비즈니스로 헬스케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약국 외에도 원격진료, 의료 데이터 분석, 의료보험 판매 등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예정이다.
그런데 아마존의 이러한 행보를 국내 업체들은 따라하기 어렵다. 국내의 경우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의 약국 외 장소 판매 금지, 택배 배송이 금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온라인 약국 서비스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허용돼 최근 몇몇 서비스가 등장하긴 했지만, 언제 서비스가 중단될지 모르는 상태다.
국내는 미국과 의약문화가 다르고 정치적·법제도적 이슈도 상당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들이 많다. 또한 아마존처럼 신뢰할 만한 서비스 업체도 없다. 하지만 국내 의약 소비자들도 투명한 가격 정보를 제공받고 더 저렴하면서 더 편리하고 더 신뢰할 만한 서비스를 이용할 자격이 있다.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논의의 중심에 의약 소비자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