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없는 디지털 광고 시대는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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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은 ‘감시 광고’가 시작된 해로 기억한다. 1994년 미국 통신기업 AT&T가 처음으로 인터넷에 배너 광고를 선보였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디지털 광고는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에 불과했다. ‘누가 배너 광고를 클릭하겠는가’라는 회의와 의문만 넘실댔다. 그러다 1996년 탄생한 더블클릭이 디지털 광고의 역사적 분기점을 만들어냈다. 아무도 클릭하지 않던 인터넷 배너 광고를 사용자 데이터 추적 기반 상품으로 전환하면서 표적 광고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해냈다.

애플 로고 속에 비친 여성 / 연합뉴스

애플 로고 속에 비친 여성 / 연합뉴스

더블클릭은 쿠키라는 사용자들의 웹 이용 데이터를 세밀하게 추적하는 방식으로 ‘표적 광고’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사용자들이 클릭하지 않는다면 클릭하게 만든다는 접근법으로 광고 서버, 표적 광고 등의 개념을 창조해냈다. 이때부터 디지털 광고는 인쇄와 TV 광고를 넘어서는 강력한 성장 모멘텀을 가질 수 있었다. 더블클릭은 그렇게 세계적인 디지털 광고 기술기업으로 성공했고, 창업자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표적 광고는 태생부터 감시 기계적 특성을 내재하고 있었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며 그들이 관심 가질 만한 광고를 적시적소에 노출했기에 그렇다. 표적 광고 시장이 커질수록 광고의 효율은 높아졌지만, 감시의 정도는 심해졌다. 쿠키 정보의 삭제권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부여돼 있었기에 과도한 감시라는 비판으로부터 조금은 비켜날 수 있었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정치적 민감도도 당시엔 다소 약한 편이었다.

이렇게 성장해온 감시 광고 황금시대가 지금,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애플이 지난 4월 사용자 데이터 추적에 대한 제어권을 iOS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넘긴 이후 구글도 2021년 I/O 행사에서 이 흐름에 동참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미 페이스북앱 등을 통한 데이터 추적을 거부한 사용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약 90%에 이른다는 통계도 발표되고 있다.

물론 두 거대 기술기업의 대응 방식에 약간의 강도 차이는 존재한다. 광고 수익을 핵심 비즈니스로 삼아온 구글이 다소 유연한 방식으로 대응한 반면, 광고 매출 의존도가 낮은 애플은 페이스북의 강력한 반발을 불어올 만큼 사용자 제어권의 수준을 높여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존재하지 않는 미국 시장에서 사용자 데이터의 무분별한 추적으로 승승장구해온 광고 기술 기업들은 사용자 제어권의 강화라는 명분 앞에 지금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그간 디지털 광고 산업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보호에 얼마나 무심했는가를 대변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애플과 구글의 자체 앱에도 이러한 정책이 동등하게 적용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사용자 데이터를 독점하기 위한 거대기업의 교묘한 술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개인정보보호의 제어권을 사용자들에게 귀속시키기 위한 두 거대기업의 노력을 비딱하게 볼 이유는 없다. 광고의 감시적 특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은 분명해 보여서다. 오히려 지금은 더 큰 반전을 만들어내기 위한 소비자들의 역감시가 더욱 중요해진 시기가 됐다. 대신 두 기업도 예외로 둬선 안 될 것이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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