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50만명이 봤다는 데 감사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의 말이다. 조회수까지 거론하는 것으로 봐서 모니터하고 있다는 뜻인데?
“그럼요. 국민의 의견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나름대로 육군을 사랑하는 의견을 보여주는 걸로 생각합니다.”

유튜브 캡처
국방부가 내놓은 신곡 군가 ‘육군, we 육군’ 논란이 불거진 건 5월 초다. 지난 5월 11일에는 60여개 한글단체들이 “국어기본법을 어겼다”며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을 고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사의 30%가량이 정체불명의 영어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5월 19일 국방부로부터 받은 사업계획서를 공개하며 ‘장병 및 군무원들에게 포상금 210만원을 걸고 가사를 응모해 만든 노래’라는 종전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전문작사가에게 300만원을 주고 멀쩡한 가사를 만들어놓고도 영어식 표현이 들어간 노래를 만들어 발표했다고 폭로(?)했다.
의혹의 핵심은 누가 이 닭살 돋는 영어 짬뽕 가사를 만들었냐는 것이다. 누리꾼은 워리어플랫폼, AI드론봇, 아미타이거, Go Warrior Go Victory 등의 단어가 ‘음악에 비전문적인 윗사람’의 지시에 의해 들어간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이 의원실이 공개한 회신 자료를 보면 “작사에 관여한 인원들이 작품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눈에 띈다. 일반 군무원이나 장병이 낸 공모작에도 저 영어단어들이 존재했던 것일까. 다시 국방부 관계자의 말이다. “…그것은 찾아봐야겠는데요. 그런데 아미타이거, 미래육군 이런 것은 우리 전문용어라고 봐야 합니다.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단어가 없어요.” 노래에 워리어플랫폼이나 AI드론봇 등을 거론한 것은 아직 전력화되지 않았으니 미래육군은 그 방향으로 나간다는 것을 강조한 취지라는 것이다. ‘아미타이거’는 army에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강화된 지상군의 혁신적 변화’라는 영어 표현의 앞글자만 따서 만든 것이다. BTS 팬덤 아미를 의식한 것? “전혀 아니다”라는 답변이다.
뭐, 그렇다 치자. 그런데 노래에 대한 평이 너무 안 좋다. 유튜브에 달린 감상평을 보면 “북한에 ‘장군님 축지법 쓰신다’가 있다면 한국엔 ‘육군, we 육군’이 있다”, “군인 사기를 떨어뜨리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군가” 등의 반응이다.
악평이다. ‘좋아요’ 1200여회에 비하면 ‘싫어요’가 3만1000회로 압도적이다.
이채익 의원실 공개 문건을 보면 음원 녹음 직전 ‘의견수렴/보완’ 절차에 ‘3성 장군 회의 시 토의’를 거치는 것으로 돼 있는데, 혹시 그분들의 ‘아이디어’가 가사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전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실제 보면 나이 드신 분들이 오히려 더 낯설어하는걸요. 다만 우리로서는 아미타이거·워리어플랫폼으로 가야 하고 미래첨단 육군을 위해 나아가자는 큰 방향에서 그렇게 가사가 나온 것이지 다른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닙니다.” 이 관계자는 “좋은 취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인데, 너무 희화화시키지 않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