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바다가 보이는 양떼목장의 늦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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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12)바다가 보이는 양떼목장의 늦봄

꽃바람에 코끝이 간질거리던 늦봄날이었다. 바이러스를 피해 멀리 경남 남해군의 바닷가로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가까운 곳에 양떼목장이 있다고 했다. 이 섬 어디에 그런 곳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지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핑곗김에 차를 몰아 설천면의 어느 산기슭을 따라 올랐더니 삐죽 솟아오른 산등성이에 너른 초원이 펼쳐졌다. 마치 스위스 어느 산골처럼 양 떼와 산양이 있었다.

햇빛이 쏟아지는 푸른 초원은 따스해 보였다. 계획하지 않았던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은 평화롭기만 했다. 아기 양은 엄마를 찾아 울고, 엄마 양은 아기를 부르며 “매에” 길게 우는 늦봄날의 풍경. 모처럼 눈이 시원해 신이 났다. 남해라는 섬이 커봐야 얼마나 크다고, 섬 속에 양떼목장이라니. 신선했다.

목장에서 직접 개발했다는 단호박 카스텔라를 사 점심 삼아 우물거리다 커피 한모금을 홀짝 들이켰다. 테라스 바로 아래로 바다가 펼쳐지기에 섬이구나 싶었다. 마치 파란 물감을 푼 것처럼 펼쳐진 저 모습이 아니었다면, 여기서 찍은 사진 한장을 지인에게 보냈다면, 그이는 아마도 유럽에서 찍은 것인가 싶겠지. 카스텔라는 달고 햇볕은 따스한데 바람마저 상쾌한, 봄, 봄, 봄이다. 여름이 이만큼 와 있는.

<글·사진 정태겸 글쓰고 사진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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