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봐도 덜덜 떨면서 걷는 것 같다.” 한 누리꾼의 품평이다. ‘드디어 마장동에 간 동물시위’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들에 대해 3월 23일 달린 댓글이다. 사진을 보면 방호복에 돼지머리 모양 가면을 쓴 주인공이 등에 ‘공장식 축산/학대 감금 폭행, 강제 임신 착취당한 몸/대량학살의 주검’이라는 구호를 달고 마장동 축산물 시장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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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누리꾼의 댓글엔 맥락이 있다. 2년 전쯤 ‘직접행동DxE 코리아’라는 온라인에 기반을 둔 동물해방단체의 시위가 뜨거운 논란이 된 적 있다. 무한리필 고깃집과 횟집에 난입한 활동가들은 “음식이 아닌 폭력입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한다. ‘업진살 살살 녹네’라고 글을 올리며 노골적으로 비웃는 게시물을 올린 이도 있었다. 마장동 이야기는 그때 나왔다. ‘만만한 무한리필 가게 같은 데 가선 구호도 외치지만 실제 칼 쓰는 사람들이 있는 마장동 축산물시장에 가서 저런 시위는 겁나서 못할 것’이라는 정도의 비아냥이 되겠다.
어쨌든 드디어(!) 그 마장동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사진만 보면 이 육식 반대시위는 비교적 조용히, 평화롭게 진행된 건 맞다. 사진 중에는 실제 저 차림으로 고깃집에 가 식사를 하는 듯한 장면도 있다. 궁금한 건 실제 마장동 사람들은 저 퍼포먼스에 어떤 반응을 보였냐는 점. 식사를 한 고깃집에 연락해봤다. “…아가씨와 둘이 왔던 건 기억해요. 이상한 옷을 입고 와 자기들은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고. 그래서 물냉면을 가져다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고깃집 측의 말이다. 사진은 최근에 올라왔지만, 실제 이 ‘행동’은 지난해 11월 6일에 있었던 일이다. 잠깐. 물냉면도 고기로 육수를 만드는데?
이제 사진의 주인공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마장동에서 만난 사람 중에 제 앞에서 반응한 사람은 없었어요. 뒤돌아서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있었지만….” 사진의 주인공 꼬까새(활동명·39)의 말이다. 그는 자신의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가려진 현실의 벽에 균열을 내는 것입니다. 육식하는 당신이 도덕적으로 악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가려진 현실을 폭로하는 것에 저희 활동의 방점이 찍혀 있어요.” 그에 따르면 ‘종차별주의’가 그 현실을 보이지 않게 하는 힘이다. ‘업진살 살살 녹는다’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때 당시 동료들이 (그런 조롱에)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하고 어떻게든 대응하려고 했는데, 그것 역시 우리 사회의 종차별 구조 문제 아니냐, 우리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데 더 집중하자는 결론을 냈습니다.”
다시 처음 사진으로 돌아가 보자. 그 마장동 고깃집에서는 물냉면을 먹었다고 하는데, 물냉면도 고기육수가 포함되는데? “아, 그때 저희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설명했고, 그래서 먹은 것이 비빔냉면이었어요. 육수도 받지 않았고요.” 아무래도 식당 측 기억에 약간 착오가 있었던 듯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