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로봇기업을 인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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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는 1992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출신이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로봇 전문기업 중 하나다. 2013년 구글이 인수한 후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산하에 있었으나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17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안건을 승인했다. 그 결과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정의선 회장이 함께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확보했다. 인수 금액은 1조원 내외로 알려졌다. 인수 절차는 올해 상반기 내에 마무리될 예정이며 인수 이후 소프트뱅크는 2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물류센터용 로봇, 핸들 / 보스턴 다이내믹스

물류센터용 로봇, 핸들 / 보스턴 다이내믹스

그간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04년 빅도그(Bigdog), 2011년 와일드캣(Wildcat), 2015년 스팟(Spot) 등을 선보였고, 특히 동물처럼 4개의 다리를 장착한 보행 로봇 분야에서 주목을 받았다. 원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주로 군사용 로봇을 연구하던 기업이었는데,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후에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와 서비스 로봇 개발에 주력했다.

아틀라스는 맞춤형 모터, 밸브 및 유압 동력 장치와 28개의 유압 조인트를 이용해 인간 수준의 민첩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로봇이다. 핸들(Handle)은 물류센터에서 상자를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는 모바일 로봇이다. 핸들은 2개의 바퀴형 다리(wheel-leg)를 장착하고 스스로 균형을 잡으면서 흡착식 로봇 팔을 이용해 상자를 옮긴다. 핸들은 지게차 하역이나 컨베이어에서 팔레트로 상자를 옮기거나 물류센터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물품을 픽업해 팔레트에 쌓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유튜브 공식 계정에 하나의 영상이 올라왔다. 새해를 맞이해 아틀라스, 스팟, 핸들 등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이 등장해 올드팝 ‘Do You Love Me?’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인데, 지금까지 3000만명이 감상했고, 댓글 수도 15만개가 넘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로봇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확립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략적 전환을 위한 행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차는 사실상 움직이는 로봇이고 고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이 사용되기 때문에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가진 로봇 기술이 현대차그룹의 기술 개발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구글, 소프트뱅크와 같은 최고의 기업들이 모두 수익화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구글은 자율주행차 연구개발, 소프트뱅크는 페퍼로 로봇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기술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포기했다는 점에서 수익성과 기술에 의문을 던지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대차그룹은 과연 구글과 소프트뱅크가 해내지 못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의 상용화 및 기술 활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한다면 이번 인수는 현대차그룹의 탁월한 안목으로 평가받을 것이며, 실패한다면 MBA 교과과정에서 ‘잘못된 인수합병 사례’로 다뤄지게 될 것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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