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마케터는 왜 클래식을 즐겨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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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콘서트 티켓에는 늘 익숙한 기업명이 등장한다. 기업이 해당 콘서트를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경우가 그렇다. 예술가나 예술기관 후원을 통해 기업브랜드를 홍보하거나 VIP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예술마케팅 방식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지친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 기업이 잇따라 예술을 소재로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VIP 고객을 위한 마케팅 모델이었던 문화행사 초대 이벤트를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콘서트로 전환하고 있다.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클래식음악 쇼인 클래식컬 스펙타큘러(Classical Spectacular) 공연이 열리고 있다. Photo by Vienna Reyes on Unsplash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클래식음악 쇼인 클래식컬 스펙타큘러(Classical Spectacular) 공연이 열리고 있다. Photo by Vienna Reyes on Unsplash

수익 창출의 통로가 된 예술마케팅

국내 유명 브랜드 건설사는 자사의 프리미엄 라인 아파트에 자체 제작할 힐링 사운드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기 영화음악 작곡가와 협업해 완성될 브랜드 특유의 힐링 사운드를 아파트 주요 공간에 송출할 예정이다. 입주민의 치유와 브랜드 인지 효과를 동시에 겨냥한다는 취지다.

이와 같이 기업은 종종 예술가 혹은 예술단체를 후원하거나 마케팅 파트너십을 형성해 기업브랜드 혹은 제품 홍보 기회를 마련하기도 한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슈퍼콘서트, 11시 콘서트, 희망 콘서트 등 대기업 주최 혹은 후원행사가 기업 예술마케팅 사례다. 기업은 예술마케팅이 소비자에게 긍정적 기업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아울러 예술을 매개로 고객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판로를 열어줄 수 있음을 경험했다.

친숙한 예로 카드사가 주최하는 예술행사를 들 수 있다. 회사는 고객에게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티켓판매로 카드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일상 속 심포니’ 두 번째 연재에서 소개했던 게임 OST 콘서트도 유사한 사례다. 상당수의 비디오게임 유저가 자신이 즐겨찾는 게임 콘텐츠에 애착을 갖고 있다. 게임 속 캐릭터를 포함한 다양한 상품시장이 활성화된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 OST 콘서트는 유저들에게 가상현실 속에서 접하던 음악을 현실의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통해 실황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환상적인 가상현실과 일상이 만나는 예술적 지점이 되는 셈이다. 공통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비디오게임에서 느낀 즐거움에 예술을 더한 교류의 장이 된다. 소비자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브랜드 선호도를 높여 기존 고객을 유지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예술과 마케팅을 통해 기업은 평소 전달이 쉽지 않은 기업의 철학까지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다. 수익 창출을 연계해 구상한 전략적인 예술마케팅은 기업의 사회공헌사업 영역까지 충족할 수 있는 효율적인 마케팅 방식이 될 수 있다. 예술마케팅의 대표적 방식이 예술가와 공동으로 디자인하거나 기존 예술작품을 융합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클래식음악은 마케터 혹은 기획자가 즐겨찾는 장르다. 클래식음악은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오랜 시간 축적된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음악의 넓은 스펙트럼을 활용해 기획자는 브랜드에 입히고자 하는 다양한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

클래식음악은 고상하고 우아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프리미엄 제품·서비스 마케팅에 자주 등장한다. 우리나라 대표 가전회사는 고가 제품군의 광고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바흐와 그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사용한 기획자 나름의 의도를 찾을 수 있다.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프리미엄 상품라인과 첼로 하나로만으로도 풍부하고 매력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무반주 첼로 조곡의 이미지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무반주 첼로 조곡이 첼로 하나만으로도 완성된 음악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심플한 디자인의 프리미엄 제품의 성능 또한 완벽함을 그리고 있다. 해당 기업의 최근 세탁기 광고는 세탁기의 역사가 곧 회사의 역사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세탁기의 시초라는 의미다. 바흐는 클래식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예술가다. 바흐의 음악을 입혀 자사가 백색가전의 시초라는 뜻을 전하고 있다.

클래식과 함께 풍부한 브랜드 스토리

국내 주요 자동차 기업의 사례도 있다. 차라는 공간으로 고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을 클래식음악에 얹혀 전한다. 성능과 디자인 등 제품에 초점을 둔 마케팅보다 ‘삶의 동반자’를 추구하는 기업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해당 기업의 광고 속 영상은 차창 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모습을 담고 있다. 배경음악은 드뷔시의 ‘달빛’이다. 비 오는 날 이 차를 타면 서정적인 감성과 편안함이라는 회사의 차별화된 상품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의 또 다른 광고시리즈에서는 헨델의 ‘라르고’가 배경음악으로 등장한다. 오페라 곡으로 크세르크세스 왕이 왕궁 정원에서 달콤하고 정다운 플라타너스 그늘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편안하고 우아한 선율이 매우 아름답다. 광고에서 운전자는 차 오디오 볼륨을 한껏 높인 채 낙엽이 만발한 숲길을 산책한다.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넘어 제품이 구매자의 일상을 편안하고 윤택하게 할 것이란 의미를 담았다.

많은 산업군에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클래식 공연 산업은 가장 많은 타격과 변화를 겪고 있다. 극장에서의 관람이 쉽지 않은 시절이다.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음악인의 열정과 생생한 감동을 모니터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다. 그렇기에 공연 영상화 작업도 변했다. 5세대(G) 이동통신기술로 촬영한 클래식 공연 영상으로 다각도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제작한 콘서트 영상이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필요에 의해 도입했지만 IT기업도 추상적인 신기술을 대중에게 친근하고 쉽게 알릴 수 있다.

미국 페이스북 본사는 사옥 전속 아티스트를 고용해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곳곳에서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 이는 업무를 수행할 때 아이디어의 근원이 예술가와의 소통에서 비롯된다는 회사의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실제 일상에서 만나는 화장품과 의류, 가전제품 그리고 신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은 클래식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애용하는 상품 안에 숨어 있는 생활 속 클래식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클래식음악에 대한 재미를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음악에 가까이 선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지나 김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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