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정신증 극복을 위한 새 여정
<네 눈동자 안의 지옥> 캐서린 조 지음·김수민 옮김·창비·1만6000원
백일잔치를 앞둔 어느 날, 엄마는 아이의 얼굴에서 악마의 눈을 본다. 벽이 좁아지면서 숨이 막혀오고, 자신이 지옥에 떨어졌다고 믿는다.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조차 누군지 인식하지 못한다. 현실 감각을 되찾을 땐 정신병원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출산 후 대부분의 여성이 일시적 우울증을 겪는다. 그중 10~20%는 치료가 필요한 정도, 1000명 중 1명 정도는 극도의 정서불안을 동반하는 산후정신증을 경험한다. 책은 저자가 산후정신증으로 2주간 입원하며 겪은 일, 현실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되짚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외적인 사례에서 시작하지만,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여성이 몸과 마음에 큰 변화를 맞는 과정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국계 미국인인 저자가 여러 문화의 경계에서 경험한 갈등과 거기서 비롯한 망상과 환각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전형적인 모성의 모습에 도전하는 새 여정을 시작한다.
▲셀 수 없는 성 | 티에리 오케 지음·변진경 옮김·오월의봄·1만7000원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동시에 갖고 태어난 인터섹스는 자신의 고유 모습대로 살 수 없었다. 한때 인터섹스 아동은 어느 한쪽의 생물학적 성에 속하도록 외과적 치료나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인터섹스만 교정의 대상은 아니다. 남성과 여성 두 범주에서 벗어난 인간은 모두 비정상으로 취급받았다.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2개의 성에 갇힌 사회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이 2개라는 생물학과 종교적 논의가 인간의 삶을 결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 김태형 지음·갈매나무·1만6000원
모두가 행복을 말하지만 한국사회는 오히려 불행해지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상품을 소비하면서 얻는 ‘가짜 행복’을 좇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질주의 행복론을 퍼뜨리는 주류 심리학을 비판하면서 진정 행복해지려면 개인이 아닌 사회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 시라이 사토시 지음·오시연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6000원
자본의 목적은 스스로 몸집을 불리는 것일 뿐 인간의 삶과 행복은 고려하지 않는다. 저자는 <자본론>이 밝힌 이러한 자본의 작동방식이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만물을 상품으로 만들고 경쟁하는 자본주의적 가치를 내재화하면 우리의 인생이 자본의 것이 된다고 경고한다.
▲쓰고 달콤한 직업 | 천운영 지음·마음산책·1만5500원
소설가 천운영이 쓴 첫 산문집이다. 스페인에서 요리를 배워 서울 연남동에 ‘돈키호테의 식탁’을 차린 저자가 요리하며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자영업자이자 요리사로서 겪은 뭉클하면서도 고달팠던 추억이 애틋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