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새로운 더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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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깜짝 인수로 프로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의 새 팀명을 ‘SSG 랜더스’로 발표했다.

SSG 랜더스 고명준(왼쪽)이 3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임시 ‘인천군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SSG 랜더스 고명준(왼쪽)이 3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임시 ‘인천군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랜더스’의 ‘Lander’는 상륙자, 착륙선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있는 곳이다. 랜더스는 인천상륙작전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KBO리그에도 상륙하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다.

공식 팀명이 발표되기에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2월 27일 음성 채팅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클럽하우스’에서 예상 팀명을 거론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로 인천을 연상시킬 수 있는 대표 단어가 최종 팀명이 됐다.

SSG와 롯데… 유통업계 NEW 더비 형성

SK 와이번스는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졌고 SSG 랜더스(이하 SSG)는 발 빠르게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정식 유니폼이 공개되기 전까지 ‘인천군 유니폼’을 입고 뛰는 SSG는 3월 9일 사직 롯데전에서 처음으로 실전 경기도 소화했다.

2021시즌 개막은 4월 3일이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시범경기부터 SSG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끌고 있다. SSG의 합류로 프로야구를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더 많이 생겼다.

지난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가 더욱 관심을 끈 것은 두 팀이 유통업계의 거물이기 때문이다. SSG의 모기업인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롯데의 모기업인 롯데가 소유한 롯데마트는 라이벌 관계에 있다. 더 크게 확장해 보면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 유통 관계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왔다.

이제 한국프로야구에서 자웅을 겨루게 된다. 야구 경력에서는 롯데가 ‘형님’이다. 롯데는 한국프로야구 출범 해인 1982년부터 시작한 프로야구 원년 팀이다. SSG는 막내 구단으로 ‘형님’들에게 하나씩 배워나가야 할 처지다.

두 팀의 연고지도 항구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천과 부산 팬들의 자존심 대결까지 확장될 수 있다. 양팀은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맞붙는다. 4월 3일부터 문학구장에서 이틀 동안 자웅을 겨룬다.

팀의 중심 타자의 맞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SSG는 첫 행보로 지난달 말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추신수를 영입했다. 1982년생 추신수는 야구선수들의 ‘황금세대’로 불린 멤버의 주축이다. 또한 이대호와 절친 사이이기도 하다.

수영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둘은 3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먼저 야구를 시작했던 추신수가 같은 반에 있던 이대호에게 야구를 추천했다. 추신수는 부산중-부산고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이대호는 대동중-경남고를 거쳐 연고지 롯데에 입단하면서 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해갔다. 그동안 다른 무대에서 활약했지만, KBO리그에서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함께하게 됐다. 개막전부터 2명의 맞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의 에이스로 출격할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와 추신수의 재회도 볼거리 중 하나다. 이번 시즌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투수 중 추신수와 빅리그에서 가장 많이 맞대결을 펼친 선수가 스트레일리다. 추신수는 스트레일리와 14차례 맞붙어 타율 0.361(11타수 4안타) 1홈런, 1타점, 3볼넷, 2삼진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SSG 랜더스 추신수가 3월 11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의 연습경기를 끝낸 SSG 선수단과 첫인사를 하면서 자신에게 등번호 ‘17번’을 양보한 이태양에게 시계를 선물하고 있다. / 연합뉴스

SSG 랜더스 추신수가 3월 11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의 연습경기를 끝낸 SSG 선수단과 첫인사를 하면서 자신에게 등번호 ‘17번’을 양보한 이태양에게 시계를 선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용진이 형’과 ‘택진이 형’… ‘형’ 더비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끝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단은 ‘택진이 형’ 김택진 구단주에게 헹가래를 쳤다. NC는 모기업인 엔씨소프트의 유명 게임인 ‘리니지’의 아이템인 ‘집행검’을 실사로 만들어 뽑아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해외 팬들의 이목은 물론 정용진 부회장의 마음도 이끌었다.

정 부회장은 ‘클럽하우스’에서 야구팬들이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부러웠다며 자신을 ‘용진이 형’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평소에도 SNS를 통해 고객과 소통을 해왔다. 김 구단주는 엔씨소프트 광고에 직접 출연하면서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때문에 이번 시즌이 시작되면 팬들에게 친화적인 야구팀 대표들의 ‘형’ 더비도 성사될 예정이다.

다만 두 팀의 사정은 아주 다르다. NC는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SSG의 지난시즌 성적은 10개 구단 중 9위였다. NC는 정상의 자리를 지키려 하고 SSG는 다시 반등을 꾀해야 하는 처지다. NC와 SSG의 역사적인 첫 맞대결은 4월 13~15일 SSG의 홈구장에서 열린다. 지난 시즌 NC와 SSG의 전신인 SK의 맞대결 전적은 NC가 14승 2패로 월등히 우세했다.

이밖에도 SSG는 삼성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 일가에 속하는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기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지분 14.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세계 이마트의 SK 와이번스 인수를 승인할 때 “신세계는 삼성 라이온즈 지분 14.5%를 보유하고 있으나 프로야구 시장은 10개 구단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양 구단은 지역 연고도 달라 협조를 통해 경기·리그의 품질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작다”고 밝힌 바 있다.

지분 있는 신세계, 그리고 오승환

신세계와 연관이 있는 두 팀의 대결도 새로운 더비를 형성할 예정이다. SSG와 삼성은 올시즌 순위 상승이 절실하다. 삼성과 SSG는 지난 시즌 8~9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하며 과거 ‘왕조’를 건설한 팀이다. SSG는 KBO리그에 연착륙한 첫해 의미 있는 성적을 내고 싶어한다.

추신수와 오승환의 맞대결도 관심거리 중 하나다. 1982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추신수는 오승환을 상대로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몸값이 높은 두 선수라 맞대결에 더 관심이 간다. 연봉 27억원을 받는 추신수는 올시즌 KBO리그 타자 연봉 순위 1위다. 오승환은 투수 1위(11억원)이다. 두 팀의 정규시즌 첫 맞대결은 4월 20~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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