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스케치-변해버린 시대, 순수한 열정을 간직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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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UFO 스케치(UFO Sketch)

제작연도 2020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83분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김진욱

출연 맹성렬, 지영해, 허준 외

개봉 2021년 3월 4일

등급 전체 관람가

제작 studio8

[시네프리뷰]UFO 스케치-변해버린 시대, 순수한 열정을 간직한 사람들

왜 맹성렬 교수(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가 주인공이었을까. 영화사 측에도 밝혔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에 출연한 등장인물 상당수를 안다. 한국에서 UFO 관련 전문가의 인적 풀, 좁다. 영국에 있는 지영해 옥스퍼드대 교수까지 치더라도 기자로서 기사를 쓸 때 코멘트라도 받을 요량이면 관련 전문가는 3~4명에 불과하다.

영화는 맹 교수가 UFO를 타고 온 외계인과 인적 교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 사람을 인터뷰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진지하게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맹 교수의 얼굴엔 강한 회의감이 묻어나온다.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모르지만, “UFO가 자신을 찾아온다”고 주장하는 이 인사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 표정이다. 맹 교수가 택시를 타고 경기 파주의 한 시골집에서 UFO를 찍은 다량의 동영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여성을 방문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헬리콥터만 한 크기의 미확인비행물체라고 주장하는 제보자에 맞서 그건 카메라 인근을 날아다니는 벌레가 우연히 찍힌 것이라고 설명한다.

회의주의자에서 신자로 거듭나기?

영화 <UFO 스케치>의 이야기 구조는 1980년대 중반 UFO연구협회에 가입한 뒤 “한 번도 UFO를 목격한 적 없던” 맹 교수가 전북 익산 미륵산 인근에서 평생의 소원이었던 UFO를 목격해 ‘증언자’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회의주의자가 신자(信者·believer)로 마침내 돌아서는 것일까.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올렸던 이미지는 TV 미니시리즈 <X파일>의 FBI 지하사무실의 멀더 방에 걸려 있던 포스터-“나는 믿고 싶다(I Want to believe)”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포스터는 극 후반부에 소품으로 등장한다. 언제든지 ‘회의주의’를 철회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영시간 내내 회의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맹 교수에 맞서 서종한 UFO분석센터 소장은 술김에 맹 교수의 그런 태도를 힐난하는 장면이 편집돼 있다. 이건 연출 내지는 연기일까. 꼭 거기까지는 아닐 듯싶다. 하지만 일종의 역할분담이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믿고 싶어하는’ UFO 연구자들을 제어해줘야 한다. UFO 추적기가 그럴듯한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맹성렬 교수처럼 사회적 지위를 구축한 이가 보증해줘야 한다. 영화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UFO 사진- 문화일보에 실린 깨 터는 노부부 지붕 위의 UFO 사진과 관련한 일화도 언급하는데, 촬영자가 대한민국 유수의 석간 종합일간지 사진기자인데다가 그 사진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 맹 교수가 일조했다는 뒷이야기도 담고 있다. 진위여부 판단의 엄밀성을 거론하지만 어쩌면 한국사회에서 공식성 내지는 권위를 부여받는 은밀한 메커니즘을 영화가 은연중에 폭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촬영은 대부분 2016년에서 2017년 즈음에 이뤄졌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후반 작업에 4~5년 걸리는 건 다반사이긴 한데, 기왕 오래 걸릴 일이었다면 ‘스케치’가 아니라 조금 더 깊숙한 속사정을 파고들었으면 어땠을까. 사실 UFO연구협회의 전성기는 1990년대 초·중반이었다. 문화일보 UFO 사진도 이 시기에 나왔다. <충격 UFO 보고서>의 저자인 허영식씨가 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모임의 대외활동이 활발해졌다. 당시 연구부장을 맡았던 이가 <UFO 신드롬>을 펴낸 맹성렬 교수였고, 조사부장이 서종한 센터장이다. 그리고 그다음엔? 대략 30여년 가깝게 지난 지금 남아 있는 UFO 연구자들도 여전하다. 왜 이렇게 한국에서 연구자 그룹은 쇠락하게 되었을까. 역설적으로 쇠락의 배경은 디지털 촬영기기의 광범위한 보급이다.

다른 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처음에는 디지털카메라가, 다음으로는 스마트폰이 질 낮은 UFO 사진의 범람을 가져왔다. 아예 그럴듯하게 풍경에 UFO 이미지를 삽입하는 어플까지 등장했다. 맹 교수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사로잡았던 열정과 꿈을 이제는 포기한 것일까. 그렇진 않아 보인다. 차라리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틈틈이 여전히 UFO에 대한 열정을 접지 않고 조사작업을 하고 있는 서종한 센터장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완전히 변해버린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순수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 묘하게 아직도 노동현장 같은 데 남아 있는 80년대 운동권 인사들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2020년 관악산 상공 UFO 논란, 그 후

한국UFO조사분석센터 유튜브

한국UFO조사분석센터 유튜브


유튜브 영상을 보는 순간, ‘이분들, 실수하셨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지난해에 있던 한 논란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에는 관악산 상공 UFO영상이 언급되진 않는다.) UFO조사분석센터는 지난해 7월 14일 관악산 상공의 ‘미확인비행물체’ 촬영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UFO가 맞다”는 잠정결론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영상에서 센터 측은 기구 등 다른 물체일 가능성을 다각도로 조사했다고 했으나, 적어도 한가지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영상이 찍히기 한달 전쯤, 기자가 비슷한 곳에서 찍힌 다른 사진에 대해 조사 의뢰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UFO가 아닌 기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센터의 확인까지 붙인 ‘신림동에서 목격된 UFO’ 기사를 쓴 뒤 사진 속 기구에 대한 여러 제보와 추가 취재를 거쳤다. 이후 비슷한 목격담이나 촬영 영상이 등장한다면 전에 목격된 물체는 아닐 가능성이 첫 검증 영상에서 먼저 언급됐어야 했다. 한달 전과 마찬가지로 서울시가 미세먼지 관측기구를 관악산 인근 낙성대공원에서 그 시간대에 띄운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를 썼다.

센터 측은 기자의 기사가 오히려 성급한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누가 성급한 것이었을까. 오히려 궁금한 것은 기자가 의뢰한 사진은 “UFO가 아니다”고 바로 답변이 나온 것에 비해 영상 검증은 비교적 치밀하게 꼼꼼히 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점이다. 사진과 동영상의 차이? 검증 과정에서는 UFO 헌터 허준씨 등 이 분야의 다른 전문가도 동행했는데, 영상 내지는 사진의 진위 판단에 다른 요인, 예컨대 제보·검증자의 저명성과 같은 요인이 개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남는 경험이었다.

지난해 12월 한 방송사의 검증 역시 기자와 전혀 다른 방식이었지만 UFO가 아닌 기구로 결론을 내렸다. 센터 측은 미국의 유명한 UFO 연구단체인 뮤폰(MUFON)과 브루스 매카비 박사에게 분석을 의뢰했다고 하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떤 회신을 받았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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