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은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린다. 그 명성에 걸맞게 OST 역시 주옥같은 명곡의 집합체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다 보면 뮤지컬 OST는커녕 스토리조차 알기 어렵다. 뮤지컬이란 장르가 궁금하지만, 극장을 방문하면서까지 찾아볼 열정과 시간이 부족하다.
다른 세상 얘기 같았던 뮤지컬이 언젠가부터 즐겨 찾는 장르가 됐다. 바로 <레밀리터리블> 덕분이다. <레밀리터리블>은 영화로 개봉했던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2012년 개봉작인 <레미제라블>은 세계 4대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국내에서만 약 600만명에 이르는 관객이 찾은 영화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대한민국 공군이 제작한 <레밀리터리블>은 공군 내에서의 원활하고 재미있는 소통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레미제라블>
OST 중 인기곡과 하이라이트 장면만을 선별 압축해 실제 공군의 고된 제설작업과 연애사의 고초를 코믹하게 연출했다. 친근하고 재미있는 소재와 각색 덕분에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원작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패러디물이 없었더라면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생소했을 많은 사람이 뮤지컬을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다.
뮤지컬 OST로 열린 클래식음악 세계
극장을 찾아 뮤지컬 실황이 전하는 감동을 찾는 팬이 있는가 하면, 편리하게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영상물(뮤지컬영화 혹은 공연실황)을 찾는 팬층도 있다. 안방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영화는 분명 더 많은 이들과 작품을 나눌 수 있는 방편이다. 하지만 이 조차에도 관심이 없는 이들이 있다. 예술영화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뮤지컬영화 혹은 <모차르트>, <샤인>처럼 클래식을 소재로 한 영화에 흥미가 없는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원작과 달리 패러디작의 코믹하고 친근한 매력은 이런 취향의 장벽을 없앴다. 패러디물이지만, 오리지널 뮤지컬 OST의 품격과 선율은 고스란히 유지했다. 원곡과 동일한 선율의 음악은 시청자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히 예술적이었다. 더 많은 이들이 <레미제라블> OST를 접하고 평소 즐겨 듣지 않았던 음악을 감상하게 되었다.
이렇듯 패러디물을 통해서라 할지라도 귀와 마음이 즐거웠다면 당신의 취향은 클래식음악에 이미 열려 있는 것이다. 당신의 음악적 선호도는 충분히 클래식을 즐길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일상 속 심포니’ 연재 2번째 편에서 다루었던 게임 OST를 비롯해 뮤지컬, 영화 OST 장르는 우리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익숙한 예로 영화 <시네마 천국> OST나
<스타워즈> OST를 들 수 있다. 설령 제목을 모르더라도 많은 사람이 곡의 멜로디를 듣는 것만으로도 친숙함을 느끼고 평소 좋아했던 곡임을 알게 된다. 요즘 클래식(네오클래식음악)의 세계는 나와 거리가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은연중 이 같은 작품을 즐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영화 <시네마 천국>과 <스타워즈> OST는 각각 현시대 영화음악 거장인 엔니오 모리코네와 존 윌리엄스의 작품이다. 두 작곡가 모두 클래식 기반 음악가이다. 엔니오 모리코네를 모르더라도 <시네마 천국> OST는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곡이다. 뿐만 아니라 클래식 성악가에서 대중가수에 이르는 많은 유명가수의 사랑을 받고 있는 ‘넬라 판타지아’(영화 <미션> OST)’ 역시 그의 작품이다. 영화 <미션>,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영화보다 더 유명한 영화음악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부터 작곡을 시작했던 그는 트럼펫과 작곡, 지휘를 전공한 클래식 음악가이다.
OST로 요즘 클래식을 즐기다
존 윌리엄스는 영화 <해리포터>와 <죠스>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랑 받고 있는 영화 <나 홀로 집에>,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OST 대부분이 존 윌리엄스의 작품이다. 그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1980년부터 90년 초반까지 보스턴팝스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기도 했으며, 뉴욕필하모닉,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등 유수의 명문 오케스트라단에서 지휘했다.
유명세를 타기 전 그는 영화사 소속 피아니스트로 영화음악을 반주하고 녹음하는 작업에 주로 참여했다. 초기 영화음악은 영화상영과 동시에 스크린 옆에서 반주하는 형식이었다. 피아노 1대의 간단한 반주에서 오케스트라 실연에 의한 반주로 확대됐다. 1920년 후반 발성영화가 소개되며 영화음악 역시 대사나 음향처럼 필름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화면과 소리의 조합이 가능해졌다. 한편의 영화를 위한 음악이 만들어지고 OST로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접했던 ‘동물의 사육제’ 작곡가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는 샤를 카미유 생상스, 그는 사실 최초의 영화음악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는 1908년 출품작이자 프랑스 역사 영화 <기즈공의 암살>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그 유명한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도 SF 영화사를 통틀어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다가올 세상>(Things to Come·1936)의 OST(아서 블리스 작곡)를 녹음했다.
우리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영화음악을 포함한 상당수의 OST는 클래식 음악가들이 탄생시켰다. OST란 장르는 정통 클래식에 그 뿌리를 두며, 현시대의 클래식음악이기도 하다. 영화 OST는 영화 속 이야기가 이끄는 감성으로 듣는 이를 초대한다. 누구나 마음 한 자리에 소중한 사람과 웃고 울며 감상했던 영화의 추억이 있다. 영화 속 OST를 감상하면 행복한 추억을 소환하고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추억의 OST 음반을 찾아 듣다 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명 연주가의 음반을 찾을 수 있다. 만일 당신의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영화나 뮤지컬 OST 한두곡 정도가 있다면 당신은 클래식음악 감성을 이미 충분히 지니고 있다. 좋아하는 OST에 관심을 가지며 클래식에 대한 식견을 조금씩 넓혀가면 어렵지 않게 클래식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지나 김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