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우, 유망주 껍질 깨고 비상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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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때 한국 축구를 이끌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장세로 조금씩 잊혀 갔다.

타지에서 힘들었던 나날들에서 벗어나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 추운 겨울을 뚫고 봄이 오듯 새로운 마음으로 비상을 준비한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류승우(28) 이야기다. 류승우를 1월 27일 제주 서귀포의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주 유나이티드 류승우 선수 / 윤은용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 류승우 선수 / 윤은용 기자

류승우는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2014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어 레버쿠젠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를 밟았다. 프로 첫 시작을 유럽 5대 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에서 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레버쿠젠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던 손흥민과 함께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선수로 평가받았다. 주전 경쟁은 쉽지 않았고, 결국 1년 만에 임대를 떠났다.

이후 계속해 임대 생활을 해오던 류승우는 2017년 7월 임대 생활을 접고 제주로 이적하며 유럽 생활을 마쳤다. 류승우는 “많은 사람이 유럽 시절을 궁금해할 것이다. 확실히 독일에서 고생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을 말할 때 꺼리는 부분은 전혀 없다. 힘들었지만, 그만큼 좋은 경험도 많이 했다. 나에겐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실패한 유망주, 새로운 꿈을 꾸다

K리그에 온 뒤 지난해까지 3시즌 정도 뛰었지만, 류승우는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시즌이 냉정하게 평가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는 류승우도 잘 알고 있다. 류승우는 “한국에서 3시즌 정도 뛰었는데, 경기는 꾸준히 출전했어도 소위 ‘터뜨린’ 시즌이 하나도 없었다. 팬들이 인정할 만한 활약이 없었기에 나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K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류승우는 2018년 시즌 후 군 복무를 위해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에 입단했다. 군 복무를 하는 사이에 제주는 2019년 충격의 강등을 당했다. 지난해 K리그2 우승으로 다시 K리그1으로 돌아왔다. 류승우는 “지난 시즌은 나에게 너무 아쉬운 시즌이었다. 동계 훈련 때 몸이 너무 좋아 기대가 많았는데 하필 어깨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3개월을 쉬면서 페이스가 떨어졌다. 팀에 돌아와 승격에 많은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몸도 안 따라주는데다 부담도 컸다. 참 답답했다”고 했다. 이번 시즌 각오는 남다르다. 류승우는 “류승우라는 선수가 어떤 실력을 갖췄는지 모를 것인 만큼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많다. 공을 잡았을 때 기대감을 갖게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류승우는 지난해 12월 동갑내기 박현아씨와 4년여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그동안 클럽하우스 근처 빌라에서 홀로 생활했던 류승우는 결혼과 함께 바다가 보이는 새집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아내와 함께 즐기는 제주 라이프는 훈련으로 지친 류승우의 마음을 달래주는 특효약이다. 류승우는 “결혼하기 전에는 원룸에 살았다. 젊은 선수들 대부분이 그렇게 살지 않나. 결혼하고 나서 아내랑 집을 구하러 이곳저곳 다녔다. 최근 신혼집을 구해 이사했는데, 뭔가 삶의 질이 높아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다가 보이는 전경을 벗 삼아 (아내가 차려주는) 맛있는 밥을 먹고 훈련 후 아내가 기다리는 집에 가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챙겨주는 아내를 위해 류승우는 이번 시즌 골을 넣으면 아내를 위해 꼭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고 했다. 류승우는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경기장에 오지는 못하지만, 되도록 골을 넣을 때마다 아내를 바라보고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 경기장에서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하는 제주 라이프

제주는 2019년 K리그1 최하위에 그치며 강등당했다. 선수 구성은 나쁘지 않았음에도 받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결국 ‘승격 청부사’로 불리는 남기일 감독을 새로이 사령탑에 앉힌 제주는 지난해 K리그2 우승을 차지하고 1년 만에 K리그1으로 복귀했다. 오프시즌 굵직한 영입은 없었어도 부족한 포지션에 나름대로 보강을 한 제주는 이번 시즌 K리그1 상위권을 노려도 좋다고 생각될 정도로 탄탄한 스쿼드를 자랑한다.

류승우도 이번 시즌 제주의 성적을 기대한다. 특히 류승우는 지난해 상무에서 뛰며 K리그1을 경험해봤기에 이번 시즌 K리그1과 K리그2의 차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류승우는 “지난해는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K리그1은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해 우리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제주에서 뛰다 상무에 입대했는데, 두 팀에서 모두 전북 현대를 이겼던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전북은 올해 꼭 이겨보고 싶다”고 K리그 ‘1강’을 향해 야심 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어 “우리는 선수 구성이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았다.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 아닌 만큼 조직력은 상당히 괜찮을 것이라 본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과 시너지효과를 내면 정말 기대가 된다”고 제주의 장점을 말했다.

류승우가 이번 시즌 기대를 거는 곳은 또 있다. 제주는 지난해까지 뛰고 은퇴한 정조국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코치로 합류했다. K리그 통산 득점 5위(121골)에 올라 있는 정 코치는 이번 시즌 제주 공격진에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고 있다. 정 코치가 어떤 ‘족집게 과외’를 해주냐는 질문에 류승우는 “그런 것은 제주 선수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공개할 수 없다. 슈팅 훈련을 많이 하는데, 슈팅 전 볼 터치 같은 부분을 조언해준다. 무엇보다 우리 공격수들 연구를 많이 하는 것 같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이번 시즌 역시 관중 없이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에게도, 팀에도 기대가 큰 류승우는 하루빨리 팬들 앞에서 달라진 팀과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류승우는 “올해는 솔직히 공격포인트에 좀 집착하고 싶다. 욕심을 부린다는 게 아니라 좋은 찬스가 왔을 때 최대한 많이 결정하겠다는 뜻”이라며 “나보다 팬들이 더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대감이 클 텐데 올해는 절대 강등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끔 최선을 다하고 싶다. 설령 TV에서만 보더라도 행복을 느끼게끔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새 시즌 류승우는 달라진 팀과 자신을 예고하고 있다.

<윤은용 스포츠부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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