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조사단체에서 잘못된 조사법으로 만든 ‘지라시’ 자료로 우리가 미국, 일본보다 나트륨섭취량이 높다고 하지만, 해외여행 가서 다른 나라 음식 단 한 번만 먹어봐도 ‘개소리’인 것 바로 체감 옴.” 1월 하순 ‘한국이 짜게 먹는다는 조사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각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글이다. 글은 여러 통계표를 제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일일 소금소비량 비교표다. 많이 먹는 순서대로 정리해놓았는데, 한국은 순위 안에 없다.
대부분 이 게시글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아닌 게 아니라 대부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한 누리꾼의 댓글이다. “해외 맥주전문점 가면 외국음식 안주 줘서 그 외국식으로 염장한 햄 먹어봤는데 그냥 소태였음. 소태. 스팸도 국산보다 미국스팸은 훨씬 짜다고 하고.”
한국 일일 나트륨섭취량 세계 1위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인데, 어떻게 된 것일까.
한 누리꾼은 “한국 보건복지부 통계는 다르다”며 한국 소비량이 1위로 찍힌 표를 제시했다. 이 누리꾼은 그게 2019년 통계라고 했지만 찾아본 결과 2009년, 12년 전 자료다. 당시 한국 나트륨소비량은 4878㎎으로 2위로 찍혀 있는 일본(4280㎎)을 한참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는? 지난해 발간된 ‘2020년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실린 데이터는 2018년 일일 나트륨섭취량은 3274㎎이다. 아직 세계보건기구(WHO) 권장기준량(2000㎎)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지난 10여년간 꽤 드라마틱하게 나트륨섭취량을 줄여온 셈이다.
“지속적으로 나트륨섭취 줄이기 캠페인을 해왔고, 지금 한국의 나트륨섭취량은 세계 톱 클라스급으로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권광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 연구관의 말이다.
국제비교표는 어떻게 된 걸까. 권 연구관에 따르면 지금은 각국의 나트륨소비량을 순위로 매겨 평가하지 않는다. 출처가 보건복지부로 돼 있는 2009년 표도 자료를 가져다 언론사에서 가공한 것이지, 공식 자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식약처의 2020년 통계연보에 실린 ‘주요국 나트륨 일일 섭취량 현황: 2019’ 표를 보면 다른 나라와 비교 데이터도 실려 있다. 제시한 6개국 중 한국보다 섭취량이 적은 나라는 캐나다(2763㎎), 핀란드(3000㎎) 2개국이다. 그런데 캐나다는 조사연령이 1세 이상인 반면, 핀란드는 18세에서 74세다. 어쨌든 나트륨섭취량 줄이기에서 한국은 미국(3389㎎), 일본(3825㎎) 수준을 제쳤다.
정리하자. 미국·일본보다 한국의 나트륨섭취량은 오랫동안 높았다. 과거 조사가 엉터리는 아니었다. 국이나 젓갈 섭취 습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펼친 지속적인 저감 노력 덕분에 지금은 아니다. 아직 WHO 적정섭취 기준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한국은 나트륨섭취 저감 노력에 성공한 몇 안 되는 모범국이 되었다. 오늘의 팩트체크 끝.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