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도 종종걸음을 쳤다. 어린이책과 주간경향을 구하려고 도매상 순례를 시작했다. 다행히 세 번째 도매상에서 어린이책은 구했지만, 주간경향은 구매하지 못했다. 결국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구입했다.
동네책방의 첫손 꼽는 문제가 바로 도서유통이다. 서점이라고 책을 마음대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도서유통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동네책방들은 에너지 대부분을 책 구하는 데 쓰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다.
서점은 왜 마음대로 책을 구하지 못할까
첫 번째, 출판사의 도매거래처가 제각각이다.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A출판사는 C도매상과만 거래하고, B출판사는 D도매상과만 거래한다. 또 출판사 중 직영 도매상(총판)에게만 도서를 공급하는 곳도 있다. 덧붙여, 잡지는 별도의 도매상을 정해두기도 한다. 만약 동네책방에서 도서를 갖추고자 해도 담보설정을 하고 각각의 도매상과 거래관계를 맺고 도서를 받아야 한다.
두 번째, 동일한 도서를 취급해도 서점의 규모에 따라 도서 공급률이 제각각이다. 똑같은 책인데도 도매상은 지역의 중형서점에 65%에 공급하지만, 동네책방엔 75%에 판매하고 있다. 많은 동네책방에서 ‘적정공급률’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도매상은 동네책방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높은 공급률로 도서를 공급하고 있다.
세 번째, 배송 방법도 제각각이다. 당일 직배송하는 방법이 있고 도매상에서 보낸 책을 다음 날 택배로 받는 방법, 비수도권 지역은 화물로 받곤 한다. 당일 받기도 하지만 5일 정도 걸리는 곳도 있다. 직배송의 경우 별도의 비용 부담이 없지만, 동네책방에서 택배 또는 화물로 도서를 받을 때는 책방에서 배달료를 부담해야 한다.
영세한 도매상의 난립, 들쭉날쭉한 공급률, 배송의 문제점이 동네책방에서 보는 도서유통의 세가지 중요 문제점이다.
그래서 동네책방들은 10년 전부터 도서유통 혁신이 필요하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장했다. 명백히 책방인데 도서 구매가 어려워 판매를 못 하는 상황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도서유통 혁신의 골자는 ▲도매상의 통합을 통해서든, 도매상 간 협약을 통해서든 통합플랫폼에서 모든 책을 주문하고 ▲서점의 규모와 관계없이 동일하고 적정한 공급률로 도서를 제공하고 ▲전국 어디서나 1~2일 사이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도서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동네책방을 운영한 지 12년이 되었는데도 책 구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나서야
반면 온라인 서점은 거의 모든 출판사로부터 최저의 공급률로 최단시간으로 도서를 수급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온라인 서점 간 경쟁이 심화되고 구매 독자가 늘지 않으면서, 온라인 서점들은 동네책방을 상대로 암암리에 도매상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 가격에 5% 이상을 붙여 동네책방에 파는 식이다. 많은 동네책방들이 이런 식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도서를 공급받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세가지 문제점을 온라인 서점은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유통선진화센터’(센터)를 두고 있다. 센터는 온라인 수주·발주 시스템 개발, 판매 관리 시스템(POS) 보급,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 출판유통 해외사례현장조사, 지역서점 육성 포럼 및 세미나, 서점 전문인력 양성 지원, 서점의 날 행사 개최, 서점 ON 운영 등을 하고 있다. 서점과 관련한 전반적인 지원을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네책방들은 센터에도 수차례 도서유통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동네책방이 처한 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왜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걸까? 진흥원이 거의 모든 서점 관련 사업을 ‘한국서점조합연합회’(서련)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련은 참고서·문제집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지역 서점의 조합이다. 이들 서점은 동네책방보다 규모가 현저히 크다.
이들 서점은 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대부분 도매상이 서련 소속의 서점과는 거래하고 있으며, 이들 서점은 출판사와의 직접 거래도 상당한 규모다. 당연히 적정공급률에 도서를 받고 있으며 배송문제도 크게 없다. 동네책방에서 절실한 것이 서련 소속의 서점에서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진흥원은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서련의 요구와 관련된 사업들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동네책방들이 현실에서 겪고 있는 시급한 문제들은 뒷전이다. 예산이 없는 것도 아닌데 엉뚱한 곳에 돈을 쓰고 있으니 동네책방의 도서 구매 어려움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진흥원은 출판유통의 핵심문제가 무엇인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책방이 책을 구하지 못해 팔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