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공무원 합격 일베 인증 누리꾼 몰락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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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늘에야 인지해 아직 사실관계 확인하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 30일 오후 늦게 연락된 경기도 인사기획팀장의 말이다. 대응이 늦은 건 아니다. ‘의미심장’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일베사용자가 본인의 경기도 7급 공무원 합격 소식을 알린 인증사진의 포스트잇 수기(手記)에 따르면 전날 심야 11시 53분이었다. 자신의 ‘인증’이 사건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은 이 사용자가 자신의 게시물을 삭제하기 시작한 것은 오전 6시 35분경부터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일간베스트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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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300여개에 달하는 그의 일베 활동 행적은 낱낱이 털려 박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변할 부분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박제된 그의 과거 게시물 기록에 따르면 그가 일부 언론보도처럼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건 아니다. “여자 친구가 성년이 된 기념으로 교복패티시 플레이를 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고 변명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그가 남긴 다른 도촬(도둑촬영)들, 여동생 인증샷 등은 확실히 선을 넘었다.

언론이 보도한 그의 공무원 임용거부 근거는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14조다. ‘신규임용후보자의 자격상실’을 다룬 이 조항의 5번 항목을 보면 “임용후보자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명기되어 있다. 그런데 이 일베사용자의 행위는 ‘신상털기’로 밝혀진 과거 행적이 아닌가. “글쎄요. 이런 케이스가 처음이라서 명확하게 답변하기는 힘들지만 과거 판례가 없진 않습니다.” 경기도 인사기획팀장의 말이다. 임용 전의 행위 역시 현재 공무원의 품위손상 근거로 징계업무편람에 나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일베라는 사이트에 대해 들어보기는 했지만 이번에 이런 사이트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경우 널리 인용되는 인터넷 경구가 있다. “SNS는 인생의 낭비이며 차라리 독서를 하라”고 했다는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발언이다. 실제 인터뷰 원본을 보면 발언은 조금 차이가 있다. 어쨌든 그가 “진지하게, 그건 시간 낭비예요(Seriously. It is a waste of time.)”라고 발언한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퍼거슨 1승 추가’의 대표사례로 남을 듯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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