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크리스마스 분쇄 투쟁. 12월 20일 낮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집회행진이 열렸다. 이 코너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다뤘지만, 벌써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다.
주최단체는 혁명적 ‘비인기’ 동맹. 이들이 앞세우는 비인기(非モテ)를 한국식으로 번역하면 솔로다. 이들이 분노하는 것은 크리스마스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연애자본주의’와 ‘리얼충’, 그러니까 실제로 연애관계에서 누릴 건 다 누리면서 없는 척하는 사람들이다.
올해 집회가 예년과 다른 점은 역시 코로나 시국이라는 점이다. 이에 맞는 구호도 추가되었다. “WHO는 산타에게 면역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라!”, “거리에서 유혹은 밀접접촉자다!”, “커플은 밀접접촉을 그만!” 지난해 이 시위를 소개하며 참가자를 세봤을 때는 9명이었다. 올해는 좀 더 줄었다. 언론사나 경찰을 제외하고 참가자는 많아 봐야 7명. 시국이 하 수상하니 ‘투쟁열기’도 사그라든 걸까. “참가자가 예년에 비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취지에 찬동한다는 메시지는 많으므로 잠재적 지지자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아키모토 타카유키씨의 말이다. 인터뷰는 e메일로 진행했다. 올해 WHO 비판 구호가 등장한 이유는.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배포하는 것에 문제는 없다’는 성명을 냄으로써 우리가 평소 비판하고 있는 ‘상업주의적 크리스마스 문화’를 옹호하기 때문입니다.”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낼 한국의 비인기, 솔로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없는지. “인기 없는 자신을 비하하거나 비굴하지 않고 자랑스러워 하십시오. 괴로운 마음이 든다면, 당신의 삶을 긍정하는 우리와 같은 단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다음으로 만약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 자본과 싸울 의욕이 있다면 꼭 거리에 나가 오래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도 좋지만, 역시 현실세계에서 활동하는 것이 설득력 있고, 활동을 오랫동안 쌓아가면 주변 사람들의 눈도 ‘너희들은 진심으로 하고 있구나’로 바뀌게 됩니다.” 뭔가 솔로 인생 고수의 풍모가 엿보이는 조언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