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우승 밑거름은 FA 영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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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승 2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4-2로 9회를 마친 NC 선수단은 고척돔 중앙으로 뛰쳐나왔다. 선수단이 마운드 위에 한데 모였고, 주장 양의지가 집행검을 뽑아 들어 하늘로 들어 올렸다. ‘집행검’을 들어 올린 양의지는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NC 다이노스 양의지(오른쪽). / 이석우 기자

NC 다이노스 양의지(오른쪽). / 이석우 기자

NC가 창단 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양의지를 향한 적극적인 투자가 다시 한 번 회자가 되고 있다.

양의지는 2018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고, 4년 125억원이라는 계약 조건에 NC로 이적했다. 총액 125억원은 이대호(롯데·4년 15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당시에는 양의지의 몸값이 ‘거액’으로 표현됐다. 하지만 NC가 양의지를 영입한 뒤 2년 만에 우승을 한 이후에는 가격 대비 효율적인 투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호준·이현곤으로 신생팀 약점 보완

프로야구에 FA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9년 말이다. 이후 FA 자격 취득 기간과 보상 규정을 조금씩 손을 봐오며 이어져 왔다. 매 시즌을 마치고 스토브리그에서 FA 영입은 각 구단이 안고 있는 숙제다.

NC는 창단 이후부터 차근차근 FA 투자를 해왔다. 제9구단으로 창단한 NC는 외부 자원을 통해서 선수층을 두텁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NC 구단은 ‘좋은 선배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주력해왔다.

1군 진입 첫해인 2013시즌을 앞두고 NC가 가장 먼저 투자를 한 FA는 이호준과 이현곤이었다. 창단 첫 FA 계약 1호는 이호준이다. 2012년 겨울 SK에서 자유의 몸이 된 이호준을 3년간 총액 2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호준은 SK에서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2007년과 2010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했던 NC는 시장에 나온 이호준을 유심히 지켜봤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계약은 이현곤이었다. NC는 이현곤과 3년 10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당시 김경문 전 감독은 “이현곤의 영입으로 어느 정도 전력이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두 선수는 NC의 1군 초반 전력을 다지는 데 기반이 되는 역할을 했다. 이호준은 타석에서는 중심타자로서 힘을 보탰고, 이현곤은 벤치에서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2명 모두 은퇴도 NC에서 했다. 이현곤은 2014시즌을 마치고 유니폼을 벗었고, 이호준은 2017시즌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지도자 생활도 NC에서 시작했다. 이현곤은 2019시즌까지 NC에서 코치 역할을 하다가 2020시즌부터는 KIA로 옮겨갔다. 이호준 코치는 타격코치를 맡아 올해 팀이 우승하는 모습까지 봤다.

FA 영입의 중요성을 느낀 NC는 이번에는 두산발 FA로 눈을 돌렸다. 2014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은 이종욱과 손시헌을 영입했다. 이종욱과는 4년 50억원, 손시헌은 4년 30억원에 영입했다. NC는 이 영입으로 내야와 외야의 고민을 모두 해결했다. 2명이 합류하자마자 NC는 효과를 봤다. 그해 정규시즌 3위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라섰다. 이종욱·손시헌이 주축으로 활약한 덕분이다. 이후 NC는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으로 활약을 이어갔다. 2018년 최하위라는 위기를 겪기 전까지는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이종욱·손시헌도 이현곤·이호준처럼 NC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2018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한 이종욱이 코치 생활에 입문했다. 다음해 손시헌이 뒤를 따랐다. 이종욱은 올해 1군 주루코치로서 팀 우승에 힘을 보탰고, 손시헌은 2군에서 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해했다. NC는 FA 영입으로 선수단 전력 보강과 훗날 미래의 코치 자원까지 한꺼번에 해결했다.

이종욱·손시헌으로 내외야 고민 해결

NC는 2015시즌을 마치고는 삼성 쪽으로 눈을 돌렸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하며 왕조를 건설한 팀이다. 2015시즌이 끝난 뒤 삼성의 주축 멤버로 활약한 박석민이 FA 자격을 얻었다. 4년 96억원의 조건에 박석민은 데뷔 후 처음으로 이적을 했다. 박석민은 이적 첫해인 2016시즌 타율 0.307, 32홈런, 104타점 등을 기록했다. NC는 그해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두산에 4연패를 당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NC의 한국시리즈 첫 진출은 팀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었다.

박석민은 2017년 타율 0.245, 2018년 0.255, 2019년 0.267로 3시즌 연속 2할대 타율에 머무르며 부진했다. 그러나 NC는 2020시즌을 앞두고 FA 재자격을 얻은 박석민을 2+1년 34억원에 계약하면서 그를 잔류시켰다. 박석민은 올해 타율 0.306, 14홈런 등으로 부활했다.

NC는 2019시즌을 앞두고 창단 처음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 스토브리그에서 FA 최대어였던 양의지를 원소속팀 두산보다 더 큰 금액을 베팅하며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2018시즌 10위를 기록한 NC는 2019시즌부터 이동욱 감독과 계약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했다.

포수 문제는 NC의 오래된 과제 중 하나였다. 2013년부터 뛴 김태군이 있지만 그 외에 포수 자원이 성장하지 못했다. 김태군이 2017시즌을 마치고 경찰청에 입대하면서 고민은 더 커졌다. NC는 가장 필요한 부분이 포수라는 것을 인정하고 양의지에게 그만한 가치의 몸값을 지불했다. 양의지 영입의 효과는 첫해부터 나타났다. NC는 2019시즌 바로 정규시즌 5위를 기록하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양의지는 이적 첫해 타율 0.354로 이 부문 리그 1위를 차지했고, 수비에서는 젊은 투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줬다.

2020시즌에는 팀의 대권 도전에 힘을 실었다. 다양한 역할을 한꺼번에 소화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다. 또한 중심 타선에서 타율 0.328, 33홈런, 124타점 등을 쓸어담은 양의지는 130경기를 뛰면서 팀의 버팀목이 됐다. 구창모·송명기 등 팀의 미래를 책임질 투수들의 발전을 도왔다. 올해 NC의 우승은 투자의 결과가 매년 쌓여서 일궈낸 결과다.

<김하진 스포츠부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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