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인기팀이다. 성적은 물론이고 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5년 동안 4명의 감독이 거쳐갈 정도로 이끌기 어려운 팀이기도 하다.
감독뿐만 아니라 주장의 부담도 적지 않다. 2011시즌 롯데의 주장을 맡았던 홍성흔은 “롯데의 주장은 정말 힘들다”고 말하곤 했다. ‘오버맨’이라고 불릴 정도로 활달한 성격을 가진 그였지만 주장 완장의 무게를 부담스러워했다. 직전해 주장이었던 조성환에게 “주장을 절반씩만 나눠서 하면 안 되냐”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내년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유력한 주장 후보인 전준우(오른쪽) / 이석우 기자
주장은 선수단을 대표하는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나 기록으로나 팀을 대표할 수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복합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에 어떨 때는 감독보다 벤치에서 더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홍성흔이 주장을 ‘어머니’에 빗댄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몇년 동안 주장을 맡은 롯데 선수들은 적지 않게 부진을 겪었다. 선수단을 이끄는 부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부담 적지 않아
롯데의 최근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던 2017년을 제외하고는 최근 3년 동안 완장의 무게를 넘기지 못했다.
2017년에는 이대호가 주장이었다. 2011시즌을 마치고 해외 진출을 선언해 일본·미국을 거쳤고, 2017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이대호는 4년 150억원이라는 거액을 받으면서 복귀했다. 당시 롯데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일찌감치 이대호를 낙점했다. 이대호는 그해 타율 0.32v0, 34홈런, 111타점 등을 기록하며 팀의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다음해에도 이대호가 주장을 연임했다. 조원우 감독은 2017년에도 적임자는 이대호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2년 연속 그에게 중책을 맡겼다. 이대호는 그해 타율 0.333, 37홈런, 125타점 등을 기록하며 변함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팀이 시즌 막판까지 5강 싸움을 하다가 정규시즌 7위를 기록했고, 팀과 함께 웃지는 못했다.
다음해가 되자 이대호는 주장 완장을 내려놓았다. 주장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개인 성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그리고 손아섭이 완장을 이어받았다. 손아섭이 주장을 맡은 건 2007년 입단 이후 처음이다. 손아섭은 “과거 롯데의 근성 있고 와일드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프로에 와서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서보지 못했다. 나름의 콤플렉스다”라면서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그해 롯데는 최악의 시즌 중 하나를 보냈다. 전반기부터 최하위로 마치면서 양상문 전 롯데 감독과 이윤원 전 단장이 함께 옷을 벗었다. 손아섭의 성적도 떨어졌다. 그는 전반기 92경기에서 타율 0.291, 6홈런, 46타점에 머물렀다.
결국 후반기 들어서 민병헌이 임시 주장을 맡았고, 나머지 시즌을 이끌었다. 손아섭은 그해 성적을 타율 0.295, 63타점, 10홈런 등을 기록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주장 완장을 시즌 중에 내려놨음에도 3할 타율을 눈앞에서 놓쳤다. 2010년 타율 0.306을 기록했던 손아섭은 10시즌 연속 3할대 타율 기록 달성을 꿈꿨으나 이 기록마저 달성하지 못했다. 전 주장이었던 이대호도 타율 0.285로 부진했다. 롯데는 결국 창단 처음으로 10위로 시즌을 끝내게 됐다.
다음해에는 민병헌이 주장을 맡았다. 직전해 경험을 살려 민병헌은 정식 주장이 됐다. 민병헌 역시 시즌 개막을 주장으로 시작하는 건 프로 데뷔 후 처음이었다. 민병헌은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을 향해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그는 “지난해 팀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올 한 해 더욱 연습에 매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우리 팀을 향해 관심을 가져주는 팬들이 실망을 많이 했는데 올해는 기대감을 안겨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팀에는 송승준·이대호 선배가 있다. 그 누구도 쉽게 현재의 위치에 올라갔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젊은 선수들은 경험 많은 선수와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무한 반복으로 연습하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병헌도 무게감을 견뎌내지 못했다. 민병헌은 전반기 62경기에서 타율 0.230을 기록했다. 7월 중순 들어 스스로 “2군에 가겠다”라고 했지만 허문회 롯데 감독은 그를 만류했다. 성적 외적으로 팀에 힘이 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허문회 감독은 “베테랑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민병헌을 1군에 그대로 남겼다. 민병헌은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으나 타격감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민병헌 대신 정훈·김재유 등이 중견수 수비를 맡았다. 그는 후반기에도 47경기 타율 0.241을 기록했고, 벤치를 달구면서 시즌을 끝냈다.
롯데는 이제 다음 시즌 새롭게 선수단의 대표가 될 주장을 선출해야 한다. 손아섭과 민병헌은 다음 시즌 주장을 다시 맡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2018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던 손아섭·민병헌은 다음 시즌을 마치면 다시 재자격을 얻는다. FA 마지막 해에는 부담감이 적지 않기에 주장을 맡을 가능성이 작다.
유력한 후보는 전준우
유력한 다음 후보로는 전준우가 꼽힌다. 전준우는 2020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을 했다. 당시 전준우는 4년 계약을 했고,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전준우는 FA 계약 첫해인 이번 시즌 준수한 성적을 냈다. 타율은 0.279로 3할대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홈런은 26개나 쏘아올렸다. 팀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였다. 타점도 96타점을 올리며 100타점 가까이 기록했다.
전준우는 다른 베테랑 선수처럼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선수 중 하나다. 기록적인 면과 인성 면에서도 모두 주장을 맡을 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 허 감독은 2020시즌을 마치면서 “다음 시즌 준비 잘해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정규시즌을 7위로 마친 롯데는 다음 시즌 승부를 걸어보려 하고 있다. 성민규 롯데 단장도 2020시즌을 앞두고 “2021년에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하진 스포츠부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