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판도를 흔드는 ‘빅 딜’이 올해도 성사됐다. 지난해 대형 트레이드로 눈길을 끌었던 울산 현대모비스와 전주 KCC가 이번엔 고양 오리온을 끌어들이는 3각 트레이드를 지난 11월 11일 단행했다.

고양 오리온-울산 현대모비스-전주 KCC가 단행한 삼각 트레이드의 핵심 선수인 최진수(왼쪽)와 이종현 / 이석우 기자
2016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힌 현대모비스의 센터 이종현(26·2m3)과 가드 김세창(23·1m83)이 오리온으로 가고, 오리온 장신 포워드 최진수(31·2m3)와 가드 강병현(24·1m87)이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는다. 오리온으로 쏠리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현대모비스와 오리온 중 더 높은 순위의 지명권을 현대모비스가 갖는 장치를 곁들였다. 또 현대모비스의 포워드 김상규(31·2m1)가 KCC로 떠나고, KCC 가드 권혁준(23·1m80)은 현대모비스로 옮긴다. 대신 KCC에서 뛰던 포워드 최현민(30·1m95)은 오리온에 입단해 보기 드문 3각 트레이드가 완성됐다.
3각 트레이드는 왜?
현대모비스와 KCC는 지난해에도 국가대표 센터 라건아와 가드 이대성(현 오리온)을 KCC로 보내고, KCC의 김국찬과 리온 윌리엄스, 박지훈, 김세창을 현대모비스가 받아들이는 2 대 4 대형 트레이드를 성사시킨 바 있다. 두 번의 대형 트레이드가 모두 11월 11일에 진행돼 유통업계의 성공한 마케팅인 ‘빼빼로 데이’가 프로농구에선 트레이드 데이로 인식될 수 있는 우연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된 것은 현대모비스와 오리온이 전력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기에 가능했다. 현대모비스가 김국찬의 시즌 아웃으로 외곽 수비 능력을 갖춘 대안을 찾았다면, 오리온은 이승현과 출전 시간을 나눌 백업 센터가 필요했다.
두 구단이 이종현과 최진수의 트레이드를 논의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오리온이 이종현의 영입을 위해 먼저 트레이드를 제안했고, 현대모비스도 고민 끝에 제안을 승낙했다. 문제는 두 선수의 연봉차였다. 백업 센터인 이종현은 연봉이 1억원이었고, 주전 포워드인 최진수는 3억 7000만원을 받고 있다. 두 선수를 주고받으면 현대모비스의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을 맞출 수 없어 또 다른 축인 KCC를 끼워 3각 트레이드로 판을 키웠다. 현대모비스는 김상규를 내놨고, KCC는 오리온에게 최현민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 3각 트레이드조차 현대모비스의 샐러리캡을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했다. 현대모비스는 3000만원 안팎의 오차를 뒤늦게 확인해 트레이드를 하루 미뤘다. 결국 세 팀이 11월 11일 추가 트레이드를 논의해 연봉 6000만원인 김세창이 오리온으로 이동하고, 현대모비스는 전역 예정자라 연봉이 낮은 강병현과 권혁준을 받는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조진호 KCC 사무국장은 “지난 11월 8일 처음 연락을 받아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마지막까지 샐러리캡 문제로 트레이드 성사 가능성에 1%가 부족했던 상태”라면서 “현대모비스와 오리온이 절실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우리가 전력의 부족함을 채웠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드 승자는 누구?
농구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트레이드가 세 구단 모두 전력의 불균형을 채웠다는 점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다. 현대모비스는 흔들리던 외곽 수비에서 해법을 찾았다. 기존 앞선에선 상대 가드를 막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즉시 전력감인 최진수는 좋은 대안이다. 최진수는 이미 플레이오프에서 양동근과 이정현 등 최고의 선수들을 막아낸 경험이 있다. 구본근 현대모비스 사무국장이 “최진수는 기동력도 좋고 3점슛 능력도 있는데다 2번(슈팅 가드)부터 4번(파워 포워드)까지 소화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만족한 이유다.
KCC는 약점인 높이를 해결했다. 장신 포워드 김상규는 외곽슛이 뛰어나 이번 시즌 KCC 에이스로 발돋움한 송교창의 백업 역할과 함께 KCC의 높이에 힘을 보태줄 수 있다. 또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연봉이 삭감된 선수인 만큼 새로운 팀에서 인정을 받고 싶다는 동기 부여도 갖고 있다.
반면 오리온은 즉시 전력감인 최진수를 내주고 백업 센터인 이종현을 데려왔다는 점에서 그의 부활 여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전망이다. 이종현은 고려대 재학시절 국가대표 센터로 뛰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도 받았다.
부상이 문제였다. 이종현은 프로 무대에선 무릎과 아킬레스건, 발등 등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철저한 재활로 부상을 털어낸 이번 시즌도 경기당 평균 6분 18초만 뛰면서 0.4점, 1.2리바운드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구본근 현대모비스 사무국장은 “부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종현은 함지훈과 장재석에 밀려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센터 제프 위디가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승현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오리온은 이종현이 부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최진수를 내주는 베팅을 감수했다. 이종현이 1순위 지명 당시의 기대대로 돌아온다면 오리온이 트레이드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이종현이 백업 센터에 머문다면 주전급 카드를 손해보는 패자다.
오리온은 고려대를 전성기로 이끌었던 2년 선·후배 이승현과 이종현이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도 이승현에게 “잘 케어해 달라”고 당부할 정도다. 이승현은 “홀로 버티는 게 힘들었다. (이)종현이와 같이 코트에서 과거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365일 종현이와 통화하는 내가 누구보다 종현이의 몸 상태를 잘 안다. 둘이 조금씩 손발을 맞춘다면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스포츠부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