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는 매력적이다. 한 번 발길을 들이면 하염없이 빠져들게 된다. 찾아오는 이를 사로잡는 이 섬의 사계 중에서도 가을은 굴업도의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달한다. 굴업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는 별칭이 있다. 그만큼 희귀한 자연 생태계가 살아 있다.
소사나무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이팝나무, 팽나무가 땅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사이로 만주고로쇠, 생강, 찰피, 동백, 으름, 보리수 같은 수종이 함께 자란다. 숲이 있어서 깃든 생명도 있다. 굴업도는 전체가 멸종위기 2급인 먹구렁이의 서식지다. 하늘에는 천연기념물인 참매와 검은머리물떼새가 날아다닌다.
이 귀한 곳이 1994년 핵폐기장이 될 뻔했다. 2009년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골프 리조트로 만들려다 격한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접었다. 지금도 이 섬의 98.5%는 그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다수 설치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돼 논란이 일었다.
생명의 섬은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언제든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이 섬을 사랑하고 아껴 주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