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서 인공눈물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었다. 눈이 조금 건조하다 싶을 때 인공눈물을 넣어주면 금방 촉촉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진료를 보다 보면, 안구건조증이 너무 심해서 하루에 10번 이상 인공눈물을 넣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인공눈물은 일시적인 증상 완화만 있을 뿐, 안구건조증을 치료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인공눈물을 너무 자주 넣으면 역으로 건조 증상이 심해질 수도 있다.

박영순 안과전문의
인공눈물을 자주 넣게 되면 우리 눈에 이로운 성분들까지 같이 씻겨 나간다. 자연적으로 분비하는 눈물 속에는 알부민, 락토페린, 라이소자임, 베타라이신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이들은 눈의 항균과 면역력을 높여주고, 박테리아 증식을 막는다. 그런데 이러한 성분들이 인공눈물 때문에 희석되거나 씻겨져 나가면, 건조증과 염증은 더욱 심해진다.
인공눈물을 자주 넣으면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안구건조증은 원인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구건조증의 원인은 수십가지나 되며, 치료법 역시 그에 맞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안과에서 안구건조증 치료 안약이나 안연고 등을 처방하기도 하며, 각막염이나 결막염, 전신성 질환들 때문에 건조증이 생겼다면 해당 질환도 같이 치료해야 한다.
만일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실내 환경이 원인이라면 청소를 깨끗이 하고 가습기 등으로 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40세 이상의 여성 분들은 폐경기를 겪으면서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드는데, 이 때문에 눈물 분비량 자체가 적어지면서 안구건조증이 찾아오는 경우도 흔하다.
그리고 눈꺼풀의 마이봄샘이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마이봄샘은 눈물의 세 가지 구성 성분 중에서 기름층(지방층)을 분비하는 곳이다. 기름층은 우리 눈물이 잘 마르지 않도록 보호막 역할을 하므로 좋은 성분인 셈이다. 그러나 마이봄샘이 막히거나 염증이 생길 경우, 기름층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고 이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눈물이 빨리 말라 버린다. 이러한 경우에는 IPL 치료를 통해 막혀 있던 마이봄샘을 뚫어주고 염증을 치료해야 한다.
만약 안구건조증이 심하다면, 인공눈물에 의존하지 않고 안과에서 검진을 받고 올바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부득이하게 인공눈물을 사용해야 한다면 하루에 4~5번 정도가 적당하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쓰는 용도라면, 방부제가 들어 있지 않은 일회용 인공눈물을 권장한다.
<박영순 안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