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삼진그룹 영어토익반(Samjin Company English Class)
제작연도 2020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10분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감독 이종필
출연 고아성, 이솜, 박혜수, 조현철, 김종수 외
개봉 2020년 10월 21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더 램프(주)
고졸 출신으로 대기업 말단 8년차 동료인 이자영(고아성 분), 정유나(이솜 분), 심보람(박혜수 분)은 각자 일하는 부서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일상과 고락을 함께하는 찰떡 삼총사다. 오늘도 출근하기가 무섭게 함께 모인 이들은 토익 600점이 넘으면 대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업무 전 영어수업에 출석한다. 어느 날 상사의 심부름을 하러 지방 공장에 갔던 자영은 하천에 의문의 폐수가 방류되는 것을 목격하고 이것이 유해한 독극물임을 알게 된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보려는 그의 애사심은 사건을 일파만파로 키우고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처음 공개된 티저 포스터를 본 순간 어쩔 수 없이 강형철 감독의 <써니>(2011)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일군의 젊은 여성들을 등장시킨 영화. 그런데 왜 지금 또 새삼스럽게?
1995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최근 문화 전반에서 환영받고 있는 레트로 유행에도 부합하는 기획이다. IMF 이전, 정책적으로 국제화 시대를 표방하며 사회·문화 전반에 활력과 자신감이 넘쳤던 그때는 많은 이들에게 비교적 여유로웠던 과거로 기억되고 있다. 더불어 정치적 올바름이나 노동문제, 젠더 이슈 등 심각하고 복잡한 논제가 넘쳐나는 지금에 비교해 많은 것이 단순하고 명료한 시대이기도 했다. 영화는 이점을 코미디라는 장르에 걸맞게 적극 활용한다.
다른 시대극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시대를 반영한 다양한 소품들과 풍경은 당시를 추억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자체에 몰두하기보단 다양한 요소와 정서를 통해 영화 전체에 그것을 녹여내려 노력하고 있다.
모처럼 만나는 여성 캐릭터 영화
남성이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영화의 득세는 꽤 오랜 기간 지속해 왔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그 편애가 심한데 꾸준히 문제 제기가 되고 있음에도 변화의 조짐은 모호하다. 이런 형국이다 보니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가능성 있는 젊은 여성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작품이라는 점은 일단 그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하다.
표면적으로 인권, 여성, 환경 등의 녹록지 않은 화두가 이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숨길 순 없다. 하지만 영화는 경쾌한 리듬과 사건의 전환을 통해 자칫 무겁고 편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은 현명하게 비켜나간다. 한국영화의 필수 요소라는 비아냥거림으로 지탄받는 신파적 요소도 있다. 그러나 강요의 느낌보다는 흐름상 충분히 납득 가능한 유용성을 동반하고 있어 거부감이 덜하다.
반면 빈틈도 보인다. 특히 영화의 절정을 장식하는 이사회 장면은 논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도 작위적 무리로 보여 의도된 쾌감을 방해하는 아쉬움의 뒤끝을 남기지만 다행스럽게 그냥 영화적 애교로 넘어가 줄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서진 않는다.
감독은 이 작품의 핵심은 ‘파이팅’이라고 분명히 정의한다. 삶의 태도로써 묵묵한 파이팅.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에 관하여 포기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전반적으로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함 이상의 미덕을 지닌 작품이다.
코로나19란 분수령에 놓인 영화들
최근 모 극장체인은 입장료 인상과 상영관 축소를 발표했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 및 관객들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씁쓸한 분위기는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여파를 만회해 보려는 사회 전반의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는 와중이라 더욱 그렇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 시행된 첫날인 지난 10월 12일 진행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시사회에서는 상영 후 대면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지난봄 이후 사실상 관례적으로 진행되던 개봉 전 홍보행사가 자취를 감춘 지 약 7개월 만이다.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홍보사는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온라인 현장 생중계로 행사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던 터였고, 행사 직전 선택한 돌발적이고 과감한 결정이었다. 자체만으로 만감을 교차케 하는 나름대로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흘 뒤 몇몇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기로 논의 중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극장산업에 대한 투지와 실의가 공존하는 영화 같은 일주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과연 다양한 우려 속에도 뚝심 있게 개봉을 단행하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이후 어떤 결과와 의미를 기록하게 될지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시네프리뷰]삼진그룹 영어토익반-대기업 말단 여직원 삼인방의 유쾌한 1995년](https://img.khan.co.kr/newsmaker/1400/1400_77.jpg)
영화가 시작될 때 ‘실제 사건을 영화화하였음’이란 문구가 뜨면 아무래도 자리를 바로잡고 앉게 되고 눈에 힘을 주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단순히 허무맹랑한 허구로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는 것이리란 반사적 기대와 그것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실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이제는 워낙 빈번하다 보니 하나의 유행처럼 보인다. 이런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늘 반복적인 의문이 뒤따른다. 대체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사실’이란 말인가?
‘현실에 기반함’을 강조하는 영화의 대부분은 실제 사건에서 이야기를 촉발하는 영감 정도를 얻었다고 이해하는 것이 현명하다. 작품수가 많아지며 이런 형태의 빈도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사실 아무리 황당하고 기괴한 것이라 해도 사람의 상상력이란 경험과 현실에 근간을 두고 있음은 당연하다. 또 아무리 공들여 실제를 추구한다 해도 재현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 결국 온전한 허구도 없고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이야기는 없다는 단정은 무리가 아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역시 영화의 시작과 함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임을 밝힌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실제 사건이란 두 개의 기본 축으로만 존재한다. 첫 번째는 실제 대기업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시나리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다. 두 번째는 90년대 초반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이다. 엄연히 별개의 사건이지만 동시대를 공유했던 두 가지의 이야기는 하나로 엮여 영화적 시너지를 발휘하게 되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