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키치’로 묘사한 괴짜 천재, 감독의 오마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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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테슬라(Tesla)

제작연도 2020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2분

장르 드라마

감독 마이클 알메레이다

출연 에단 호크, 이브 휴슨, 조시 해밀턴 외

개봉 2020년 10월 28일 예정

수입 조이앤시네마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주)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주)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오랜만이다. 티어스 포 피어스의 ‘에브리바디 원츠 투 룰 더 월드(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저 노래가 나온 게 1980년대 중반이니 1943년 사망한 니콜라 테슬라가 불렀을 리도, 알고 있을 턱도 없다. 테슬라 역을 맡은 에단 호크가 가라오케에 맞춰 음치 필로 저 노래를 부른다. 가사를 음미해보니 과연 테슬라의 삶, 품었던 욕망과 뭔가 맞아떨어진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이지만 놀랍게도 평면적이다. 에단 호크가 원탑 주인공으로 열연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극장을 나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지금, 기억에 남는 그의 연기나 표정이 별로 없다. 티어스 포 피어스 노래가 나오는 지점-엔딩크레딧도 아니라 테슬라가 J. P. 모건으로부터 차이고 난 다음의 결말 부분이다-엔 감독도 수습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진짜 일어난 사실의 고증이라기보다 이 영화는 키치(Kitsch)라고 여러 번 내레이션을 통해 선언했기 때문이다.

주연 에단 호크 연기는 진지했나

교류방식이 맞나, 아니면 직류방식을 맞냐를 두고 벌어진 에디슨과 테슬라의 전류전쟁(Current War)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잔뜩 담고 있다(실제 영화도 제작되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커런트 워>는 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 이 싸움은 어떻게 묘사가 되었을까. 자리에 둘러앉아 아이스크림을 혀로 핥아 먹던 에디슨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 말석의 테슬라가 자신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자 에디슨은 ‘그건 미국식 농담이었다’며 받아친다. 마주 선 두 사람은 자신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옷에 박고, 마지막엔 테슬라가 에디슨의 얼굴에 그 아이스크림을 ‘파이전쟁’하는 것처럼 꽂아넣는다. 전류전쟁의 최후 승자쯤으로 묘사되는 미국의 갑부 J. P. 모건의 넷째 딸 앤 모건의 내레이션으로 처리된 그 장면에서 앤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치고받는 싸움은 실제 없었다.

시대를 앞서간 기술은 자연스럽게 곳곳에서 불쑥 등장한다. 시카고산업박람회 후 한 카페에서 테슬라와 에디슨이 만나 ‘화해’하는 장면 역시 실제로 없었던 일인데, 이야기를 마치고 난 에디슨은 품에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손가락으로 화면을 조작한다. 모건 집의 가정부가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장면 역시 고증과 상관없는 키치로 보인다. 그런데 감독은 이런 ‘농담적’ 요소를 왜 넣어뒀을까. 테슬라가 역사의 ‘루저’가 아니었다면 나타날 수 있었던 대안역사의 편린들?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세트를 동원한 형식실험이다. 굳이 세트일 필요가 없는 장면, 이를테면 카페에서 테슬라가 식사하는 장면의 다른 테이블은 모두 벽에 그려진 삽화다. 테슬라와 앤이 대화하는 초원도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만큼 그림으로 대체되었다(CG 기술이 아니면 사실상 제작이 불가능해진 현대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데도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해야 했던 에단 호크가 살짝 불쌍해졌다). 감독은 왜 이런 식의 연출을 택했을까.

아마도 영화사 자체에 대한 키치적 농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기원을 두고 두 개의 시원 주장이 경쟁하고 있다. 공식 서사는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카페에서 상영된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이 영화의 시작점이다. 움직이는 영상을 처음 본 당시 최초의 관객들은 혼비백산했다. 실제 열차가 튀어나오는 줄 알고.

키치적 서술 연출에 대한 의문점

그런데 소수만 지지하는 또 하나의 대안적 기원 주장이 있다. 이 영화의 악역이기도 한 에디슨이 1891년 특허를 받은 키네토그래프 카메라와 관람상자다. 실제 에디슨이 스튜디오를 만들어 대부분 20초 분량의 키네토그래프용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893년이다. 발명가지만 동시에 사업가였던 에디슨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특허전쟁에 대한 것이다. 논란을 농담으로 무마시킨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 실제로 잘 쓰이면 그만이지. 감독은 그게 테슬라의 진의였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 같다. 실제 테슬라가 가진 특허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앞서 <커런트 워>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사용한 자신의 특허 권리를 그냥 포기한 것처럼 명예나 돈에 집착하지 않았다. 평생 독신으로 살다 호텔방에서 떠난 이 괴짜 천재 발명가를 지금도 많은 사람이 추앙하고 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는 그가 가진 이런 매력 포인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을까.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테슬라를 실없고 맥 빠진 농담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JP모건으로부터 차갑게 투자를 외면당하면서 그의 전성기는 끝나는 것처럼 처리가 되어 있다. 그게 맞나. 아마도 테슬라의 전기 영화는 앞으로 누군가 제대로 다시 만들어야 할 듯싶다.

어둠 속에 묻혀 있는 테슬라의 인생 이야기

경향자료

경향자료


인터넷에서 니콜라 테슬라를 검색해보면 수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설계했다는 접시형 UFO에서부터 알고 보니 테슬라는 금성에서 온 외계인이었다는 미국 FBI 기밀문서 폭로까지. 왜 이런 이야기가 붙게 되었을까. 테슬라 이야기의 하이라이트쯤으로 묘사되는 ‘전류전쟁’이 벌어진 것은 19세기 말이었다. 테슬라가 미국 뉴욕 뉴요커호텔에서 사망한 건 1943년 1월 17일.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테슬라가 전류전쟁 후 20세기의 40여년간 놀지 않았다. 테슬라와 관련한 몇장 안 되는 유명한 사진인 콜로라도스프링 연구소의 테슬라 파워 장치 사진이 찍힌 것이 1900년이었다(사진). 노년기에도 그의 발명은 계속되는데, 유체다이오드, 헬리콥터, 레이더 등이 그가 최초로 낸 아이디어에 기반해 만들어진 현대발명품이었다. 테슬라의 혁신적인 발명품들은 그가 내놓은 당대에 실현되지 않았다. 1917년 내놓은 레이더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도 1930년대였고, 헬리콥터에 대한 그의 주장은 그의 사후에야 빛을 봤다. 그의 아이디어가 주목받은 것은 당대엔 항상 시끄러운 논쟁을 수반했기 때문이었다. 헬리콥터-정확하게는 수직이착륙기에 대한 아이디어는 라이트형제에 대한 그의 비판으로 나온 것이었고, 20세기 후반에야 물리학에서 주목을 받은 장(場-field)이론은 아인슈타인에 대한 반박과정에서 주장한 것이었다.

테슬라는 자신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실제로 작동되는지, 구현되는지 머릿속에 그림을 완성해놓고 설계도나 도면으로 옮겼다고 한다. 호텔에 사는 가난한 괴짜 독신 노인이었지만 그는 꾸준히 뉴욕의 사교계에서 유명인들, 기자들, 여배우 등을 만났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그와 관련해 ‘전해지지 않은 진짜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이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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