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있음’ 플래카드 즐비한 청주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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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위해 찾은 청주지역 대학가는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대학가 상인들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해마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게 피부에 와닿는다고 했습니다. 취재를 핑계로 고향 친구들과 자주 갔던 대학교 중문 닭갈비 집에 들렀습니다. 사장님 인터뷰도 하고 내친김에 끼니도 때울 참이었습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닭갈비 집은 벌써 한참 전에 폐업했더군요.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내부에는 집기만 나뒹굴었습니다. 그저 안타까웠습니다. 고향 친구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폐업 사진을 올려 소식을 전했더니 탄식이 이어졌습니다. 골목골목 돌아다녀 보니 임대를 써붙인 빈 점포가 많았습니다.

원룸과 고시원, 하숙집까지 다들 학생을 구하느라 ‘빈방 있음’ 플래카드를 걸어뒀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러 물어보니 작년까지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들이 빈방을 채웠다고 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유학생이 줄면서 빈방이 늘었다고 했습니다. 요 몇년 사이 새로 지은 신축 원룸이 많은데 거의 비어 있어서 집주인들이 울상이라고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빈방이 북적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은 남아돌고 학생은 부족합니다. 이제는 대학 입학이 가능한 학생수(47만9000명)보다 대학 정원(49만7000명)이 많아졌습니다.

당장 지방대가 폐교 위험 리스트에 오릅니다. 광역시와 주요 시를 제외한 시·군 단위 소재 대학 116개. 이중에서도 입학정원 1000명 미만 소규모 사립대학 55개가 리스트 최상단에 올라 있습니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사라지도록 내버려 둬야 하는 지적도 많습니다. 그런데 지역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결책입니다. 지역 대학이 무너지면 지역도 함께 소멸합니다.

일자리와 상권, 인프라 모든 것이 낙후된 지역에서 대학교는 지역경제의 한 축을 책임지는 버팀목입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칼같이 베어내고 나면 지역이 떠안을 후유증이 큽니다. 전체 대학 정원 10% 감축안과 공영형 사립대 도입, 평생교육원 전환과 같은 여러 대안이 논의 중입니다. 그런데 공론화가 쉽지 않습니다. 취재 중에 만난 한 대학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방은 자신의 문제를 꺼내 놓을 공론장도 부족하다고요. 저부터 관심을 갖고 살펴보겠습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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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