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록밴드 레드 제플린이 대표곡 중 하나인 ‘스테어웨이 투 헤븐’ 표절에 대한 소송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법정 공방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10월 5일(현지시간) ‘스테어웨이 투 헤븐’ 표절 의혹 사건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에선 대법원이 인정해야 상고가 가능한 만큼 레드 제플린은 더 이상 법정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2007년 12월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O2아레나에서 열린 재결합 공연 당시 레드 제플린의 연주 모습. / 워너뮤직 제공
대중음악계에서는 여러모로 되새겨볼 대목이 많은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록 역사에 회자되는 명곡이 연관된 소송이라는 화제성은 물론이고 어디까지를 표절이라고 볼 것인지, 저작권법이 체계를 갖추기 이전 시대 곡들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스테어웨이 투 헤븐’은 록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도입부로 자주 언급된다. 레드 제플린은 이 곡 하나로 5억달러(약 58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도 바로 이 도입부다.
레드 제플린은 고인이 된 밴드 스피릿의 기타리스트 랜디 캘리포니아가 1968년 작곡해 발표한 ‘토러스(Taurus)’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의 자산 관리인이 2014년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캘리포니아 측은 레드 제플린이 1970년 영국 버밍엄의 한 클럽에서 스피릿이 ‘토러스’를 공연하던 것을 보고 따라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피릿의 베이스 연주자였던 마크 안데스는 당시 공연장에서 레드 제플린의 보컬 로버트 플랜트를 만나 함께 당구 게임도 즐겼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하지만 플랜트는 공연 당일 심각한 교통사고로 인한 기억 상실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는 2010년 온라인에서 ‘스테어웨이 투 헤븐’과 ‘토러스’의 유사성을 언급하는 글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토러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며 맞섰다.
2016년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은 플랜트와 페이지가 ‘토러스’를 몰랐을 리 없다며 두 사람의 주장을 배격했다. 하지만 ‘스테어웨이 투 헤븐’과 ‘토러스’에서 모두 발견되는 연속적인 반음 하강 전개는 디즈니 뮤지컬 주제가에서도 나타나는 등 대중음악의 흔한 작법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여 표절은 아니라고 평결했다.
그렇게 끝나는가 했던 표절 논쟁은 2018년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이 1심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법정에서 ‘토러스’를 청취하지 않는 등 여러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심리를 명령하면서 불씨가 살아났다. 그러나 지난 3월 제9 연방항소법원은 ‘스테어웨이 투 헤븐’은 표절이 아니라는 1심 판결을 인정했다. 항소법원은 악보가 등재된 곡만 저작권법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이 제정된 1978년 이전에 만들어진 곡들은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라면서 1심 때보다 더 레드 제플린에 우호적인 판결을 내렸다.
법정 공방은 끝났지만, 표절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슈퍼스타에 힘을 실어주는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