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게임기를 삼켜버린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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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닌텐도 3DS라는 휴대용 게임기가 생산 중지, 즉 단종되었다. 그런 게임기가 있었나 싶은 이들이 대다수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도 닌텐도 게임기를 둘러싼 추억담은 꽤 있다.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나이 지긋한 중년만의 일은 아니다.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가 초등학교를 석권하던 10여년 전, 그때 초등학생들은 지금은 20대가 되어 있다. 그들에게 휴대용 게임기는 유년의 추억일 터다. 공부 잘하면 선물해주겠다고 약속하던 최고의 선물이었다.

단종된 닌텐도 3DS / 경향DB

단종된 닌텐도 3DS / 경향DB

“닌텐도 게임기 우린 왜 못 만드냐.” 비상수출전략을 짜야 한다는 발언 덕에 ‘명텐도’라는 밈을 탄생하게 한 히트작이기도 했다.

1962년 창립 이래 첫 적자에 빠져 허우적대던 닌텐도를 2004년 구해냈던 이 기발한 게임기는 화면이 위아래로 나뉘고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러스 펜이 내장되는 등 이단아적 존재감을 드러내며 등장했다.

경쟁사 소니에는 자칭 21세기의 워크맨이 있었다. 잘나가던 플레이스테이션2를 거의 그대로 옮긴 듯한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이었다. 정통파 게임의 정도를 걷던 소니와는 사뭇 다른 돌발적 전략이 닌텐도 게임기였다.

비일상적 시도는 새로운 이들을 자극했다. 서드 파티에서 다양한 게임이 만들어진 쪽은 닌텐도였다. 그 덕에 학습에서 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휴대할 수 있는 시대가 개막되었다. 앱 대폭발을 몰고 온 스마트폰 전조가 이미 그곳에 있었던 셈이다. 닌텐도 DS와 PSP 모두 10여년간 이어졌지만, DS는 1억5000만대나 팔아버렸고, PSP는 그 반에 미치지 못했다.

닌텐도의 휴대 전략은 하위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DS, DSL, DSi, 3DS, 2DS 등 다양한 후속작으로 이어진다. 2011년부터 생산되어온 3DS(한국에서는 ‘삼다수’라는 애칭)의 판매량은 지난 10년간 약 8000만대. 생각보다 빠른 하락세라고는 하나 10년간 버텨줬으면 잘 버텨준 셈이다. 전년 대비 73%나 하락했으니 단종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15년 이상 이어진 DS 왕국은 이제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된다.

돌아보면 요즈음의 스마트폰 게임보다는 훨씬 더 건전한 시절이었다. 게임이 도박 같은 뽑기(가챠)로 점철되어 있지도 않고, 다운로드는 공짜라며 수시로 화면을 뒤덮는 광고도 없다. 모두 닌텐도에 의해 라이선스 되고 로고가 찍혀 유통되는 책임주의인 만큼 중앙집중형 관리하에 놓여 있었다. 적어도 그 시절은 광고나 추가결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아이들에게 게임기를 쥐여줄 수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모두 좋았던 시절의 향수일 뿐 스마트폰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MP3도, PMP(동영상 재생기)도, DMB(휴대용 TV)도, 알람시계도, 달력도, 다이어리도, 만보계도 모든 것이 스마트폰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하는 사람은 더 많아졌지만, 게임기는 필요 없어졌다. 언제 어디서나 사진 찍는 사람은 더 많아졌지만, 사진기는 팔리지 않는다. 모든 휴대용 전용기기는 사양길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보편적 범용기기가 다 삼켜버릴 수 있어서다. 물론 전용 장비가 더 전문적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손은 두 개뿐이고 주머니 공간은 한정적이다. 그 비좁은 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에서 어설픈 만물상이 전문가보다 더 유리한 법이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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