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은 1980년 사회보호법을 제정했다. 같은 죄로 2번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합계 3년 이상의 형기를 선고받은 후 다시 비슷한 죄를 저지른 경우, 징역형을 마치고도 보호감호소에 끌려가야 했다. ‘상습범은 바로 사회에 복귀하면 안 된다’는 구호다. 악명 높은 청송보호감호소가 이때 생겼다. 미래의 범죄를 이유로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사실상 이중 처벌이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고, 보호감호를 규정한 사회보호법은 결국 2005년 폐지됐다.

9월 18일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역사의 뒷길로 사라졌던 사회보호법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호수용법’이란 이름으로다. 경기도 안양시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호수용법을 입법해달라는 공개 서신을 보내고, 법무부가 과거 입법 예고했던 보호수용법 내용을 대부분 수용한 법안이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발의됐다. 8세 여아를 성폭행해 중상해를 입힌 조두순의 출소가 임박하자, 국민 불안감이 높아진 틈을 타고서다.
보호수용제는 ▲연쇄살인범 ▲상습(3회 이상)성폭력범 ▲성폭력 범죄로 13세 미만의 아동을 중상해나 사망에 이르게 한 자 등 ‘위험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를 일정 기간 별도의 시설에 수용하도록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다. 법원은 대상자에게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는 때에만’ 최장 7년의 보호수용을 선고할 수 있다. 법원은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하기 6개월 전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보호수용을 실제 집행할지 재심사하게 된다. 특정 범죄 성향을 지닌 자들에 대해선 별도의 교화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는 판단에 기초한 제도다.
보호수용제는 형 집행 종료 이후 일정 시설에 대상자를 구금한다는 점에서 보호감호와 같다. 살인죄와 성폭력 사범 등으로 대상을 축소했지만, 이는 적용대상 규모의 문제일 뿐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보호수용법이 실제 입법될 경우 헌법소원은 불가피하다. 형법에 누범·상습범 가중처벌 규정이 있고 법원의 선고에서 재범 위험성을 이미 평가하고 있는 이상, 보호수용제를 도입해 재범 위험성을 재차 평가하는 건 위헌 시비를 피할 수 없다.
신체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보호수용보다 기본권 침해가 더 적은 효율적 방법들도 존재한다. 법무부는 조두순에 대한 1 대 1 보호관찰과 24시간 위치추적, 출소 후 준수사항 위반 시 즉시 구속수사 방침을 내놨다. 경찰관 5명이 그를 상시 전담하고, 등·하교 시간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야간출입 사전허가제도 운용한다. 성 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도 가능하다. 현행 제도를 촘촘히 하는 것만으로도 재범 위험성을 줄이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격리는 손쉽고 효율적이다. 응보를 원하는 국민 법 감정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보호수용이라는 격리만으로 언제까지고 사회를 보호할 순 없다. 보호수용을 마친 이들이 진정으로 교화되어 재범 가능성이 줄었다고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를 개개인이 혐오할 순 있지만, 국가마저 그래서는 안 된다. 국가의 책무는 범죄자를 교화·선도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시켜 궁극적으로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지점까지다. 격리를 넘어 범죄자의 위험성을 본원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치료적·원호적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백인성 변호사(KBS 법조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