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에이바(Ava)
제작연도 2020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97분
장르 액션, 범죄, 드라마
감독 테이트 테일러
출연 제시카 채스테인, 콜린 패럴, 존 말코비치, 커먼 외
개봉일 2020년 9월 9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프랑스에서의 암살 임무를 깔끔하게 해치우고 귀국한 여성킬러 에이바(제시카 채스테인 분)는 어머니(지나 데이비스 분)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십 년 만에 고향인 보스턴으로 돌아온다. 아픈 과거로 인해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에겐 고향의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 여기다 한때 연인이었던 남자까지 여동생과 깊은 사이로 발전했다는 현실은 그를 더욱 힘겹게 만든다. 에이바는 혼란한 마음을 추스르며 다음 암살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다. 하지만 임무를 완료하려는 찰나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그는 간신히 목숨을 건진 채 보스턴으로 돌아온다. 조직 보스인 사이먼(콜린 패럴 분)은 암살에는 성공했지만, 뜻밖의 소동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에이바를 처단하기로 결심한다. 이들 사이에서 연락책을 맡던 듀크(존 말코비치 분)는 어떻게든 사건을 중재해보려 노력하지만 일은 위태롭게 꼬여만 간다.
영화 <에이바>를 연출한 테이트 테일러 감독은 원래 배우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단편과 TV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크고 작은 역할로 경력을 쌓았지만 이후 연출가로 더 크게 인정받게 되었다. 그동안의 작품들로 비추어볼 때 감독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깊이 있게 조망하는 데 특별한 애정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배우 출신 감독의 무난한 연출
재기발랄한 청춘 코미디 <프리티 어글리 피플>(2008)로 무난한 연출 데뷔식을 치른 후 발표한 두 번째 영화 <헬프>(2011)는 1960년대 미국 남부 미시시피의 잭슨을 배경으로 한 여성 드라마다.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명의 여배우를 주조연상 후보에 올린 <헬프>는 젊은 백인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당시 미국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고발하고 있지만 무거운 탄식을 지양하고 따뜻한 유머를 잃지 않는다.
<제임스 브라운>(Get on Up·2014)은 제목 그대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엔터테이너로 추앙받는 소울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브라운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영화다. 최근 갑작스러운 부고로 팬들을 슬픔에 빠뜨린 채드윅 보스만이 주연을 맡아 더 의미 있게 기억되는 이 작품은 위대한 스타가 된 한 인물의 성공 뒤에 가려진 어두운 개인사와 인생 역경을 회상과 환상을 넘나드는 전개, 역동적인 무대 장면을 통해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가장 최근 연출한 <마>(2019)는 감독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일종의 범죄 심리 스릴러다. 우연히 술을 사려는 청소년들을 돕게 된 중년 흑인 여성은 이후에도 아이들의 주변을 맴돈다. 지나친 친밀감에 불편해진 아이들은 거리를 두려 하지만, 그럴수록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그의 집착은 결국 파국을 부른다. 전체적인 분위기나 흐름은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졌던 이전 영화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무난하지만,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였던 여주인공 수 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에는 연민이 가득하다.
다시 돌아온 제시카 채스테인의 매력
이렇게 드라마만을 연출해왔던 감독의 작품 목록과 연장선상에서 볼 때 여성 액션활극을 전면에 표방한 신작 <에이바>는 상당히 이례적인 작품이라 할 만하다.
총을 든 미모의 여성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고, 단 한 번의 실수는 숨통을 조이는 치명적 위험이 되어 되돌아온다. <에이바> 역시 이미 많은 유사전작이 존재한다. 그리 새로운 소재나 기획은 아니란 얘기다. 장르의 특성상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액션이야 볼 만하지만 그렇다고 화려하거나 혁신적인 느낌까지는 아니다.
콜린 패럴, 존 말코비치, 지나 데이비스, 이안 그루퍼드 그리고 모처럼 스크린에서 만나는 조안 첸까지 이름을 올린 출연진의 면모도 나름 호화 캐스팅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낡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는 점은 아쉽다.
영화는 상당한 비중을 주연인 제시카 채스테인에게 의지하고 있다. 일단 변함없이 혼신을 다하는 그의 연기는 충분히 높이 살 만하다. 몸을 던지는 액션은 물론 외로움과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는 가녀린 여인의 모습은 이 작품이 기존의 유사 작품들과 어떤 지점에서 차별성을 가지려 했는지 어느 정도 유추케 한다.
어긋난 과거와 건조한 현실 사이에서 서서히 피폐해져 가는 에이바의 모습은 강인한 여전사이기 전에 섬세한 인간으로서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적어도 과거 왕성함에 비해서는 활동이 뜸해진 팬들에겐 큰 반가움을 안길 작품일 듯하다.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하는 스타들이 있다. 어느 날 난데없이 나타난 그들은 주변의 모든 이목을 독식하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다. 이런 경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종종 목격된다. 구체적 주기까지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현상이다. 여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의 등장도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예로 기억된다.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1997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출생한 그는 뉴욕 줄리아드 스쿨에서 연기를 수학했다. 27세가 되던 해 출연한 TV용 영화가 첫 작품이 되는데, 이후 평범한 외모를 출중한 연기력으로 극복한 신데렐라로 거듭나게 된다.
그가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은 그의 독무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에 자국에서 공개된 영화만도 5편에 이르는데, 이들 모두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들이니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작 여건과 후반 작업의 차이 때문에 이전에 촬영을 마쳤던 작품들도 뒤늦게 개봉하다 보니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를 고려한다 해도 대단한 활약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는 수입 개봉절차의 시간차가 있어 2013년에 5편의 영화가 공개됐다.
이후 2012년 4편, 2013년 2편, 2014년 3편이 공개(자국 기준)되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매년 2~3편 이상의 작품들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에 대한 할리우드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다.
이런 과거의 추세와 비교하면 국내에서 <에이바>는 지난해 이맘때 공개된 공포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이후 만 1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작품이니 오래간만이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