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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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초만 해도 9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호령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IE). 크롬에 밀려 점점 쪼그라들더니 버전 11이 2013년 나온 이래 이렇다 할 업그레이드가 없이 지금껏 이어져 왔다. 2015년 윈도10에 IE가 탑재되기는 했으나 이미 엣지(Edge)라는 신형 브라우저가 기본 프로그램이 되었기에 애당초 버려진 셈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5년이 흘렀다.

IE는 애플의 사파리보다 점유율이 높다. 한국의 경우 여전히 14% 안팎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공인인증서의 충실한 구현자였던 액티브X가 IE 기반이었던 덕이다. / 경향DB

IE는 애플의 사파리보다 점유율이 높다. 한국의 경우 여전히 14% 안팎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공인인증서의 충실한 구현자였던 액티브X가 IE 기반이었던 덕이다. / 경향DB

제조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등 자사의 주요 제품군에서도 IE 지원을 끊을 것이라고 알려왔다. 지난 2월부터 유튜브는 IE 공식 지원을 끊었다. 사이트에서 브라우저의 지원을 끊는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요즈음에야 HTML5의 표준화 성과가 브라우저마다 비교적 잘 지원되고 있어 차이가 줄고는 있지만,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아니 여전히 브라우저마다 미세한 특이성이 존재한다. 사이트들은 이들 브라우저만을 위한 예외처리나 기능보강을 수동으로 해줘야만 했다. 지원 중단이란 더는 그런 배려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즉 IE로 어찌 접속은 되더라도 사이트의 기능들을 제대로 쓸 수는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IE는 애플의 사파리보다 점유율이 높다. 한국의 경우 여전히 14% 안팎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공인인증서의 충실한 구현자였던 액티브X가 IE 기반이었던 덕이다. 2020년 현재도 국세청 홈택스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부가세 신고를 할 때 역시나 IE를 썼을 때 안정적이다. 몇 년째 변하지 않는 업무라면 오래된 윈도와 IE의 조합을 버리기 힘들다. 갑의 위치라서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사이트라면 모를까, 고객님이 쓰시겠다는 브라우저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가라고 돌려보낼 사이트는 그리 많지 않기는 하다. 하지만 그 부담은 모두 개발비가 된다.

현재 압도적 1위 브라우저는 70% 내외의 크롬 브라우저. 크롬은 왜 강할까. 왜 IE는 크롬이 되지 못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광고회사가 아니었기에 IE로 90% 시장을 차지하는 일의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했고, 곧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 결과 수년간 혁신도 없으면서 표준화에 대해 배려도 없는 독점의 꿀맛에 빠진다. 나태의 태평성대는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구글은 기술 자체는 오픈소스로 개방해 함께 만들지만, 제품에서는 알차게 자신의 사업을 위한 재료인 소비자의 활동을 수집하고 이해한다. 점유율이 오를수록 비즈니스에 바로 도움이 되는 시너지가 정립된다.

기술 자체도 모두에게 개방하니 혼자 만드는 IE보다 더 알차다. 물이 오른 기술을 함께 나눠 쓰려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신형 브라우저 엣지, 네이버의 웨일 등도 오픈소스에 동참해 같이 만드니 전성기의 IE처럼 매너리즘에 빠질 일도 없다.

일단 구글이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을 크롬을 통해 구현해 보고, 이를 표준화 단체로 보내는 데 이미 만들어진 것을 손에 들고 있는 이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구글은 그렇게 웹 전체에 대한 통솔력을 발휘하고 있다.

모두가 쓰는 지배적인 플랫폼을 소유하는 일은 모든 테크 기업이 꿈꾸는 일이다. 그 위에서의 게임의 룰을 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위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관중에 대한 정보도 덤으로 얻을 수 있어서다. 당분간 크롬 천하는 계속될 듯하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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