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공연계에서는 특별한 실험이 이뤄졌다. 할레-비텐베르크대 병원 연구팀이 실내 경기장인 라이프치히 아레나에서 ‘리스타트19(Restart-19)’라는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당국의 허가를 받고 밀폐된 공간에서 코로나19 전파 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으로 진행됐다. 실내 행사에서 사람들이 어디에서 마주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알아내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는 데 감염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목표다.

오스트리아 프레흐트(Precht)가 고안한 순환 동선형 1인용 산책로
코로나19 검진 결과 음성으로 판명된 1400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동선 추적기도 달았다. 형광 소독제를 손에 발라 어떤 물건을 만지는지도 관찰됐다. 공연은 방역 조건을 달리해 세 차례 열렸다. 첫 번째는 관람객이 자유롭게 들어갔고, 거리 두기도 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관람객이 할당된 출입구를 통해 분산 입장하고 옆좌석을 한 칸씩 비웠다. 세 번째는 관람객이 사방 1.5m 간격을 두고 앉았다. 연구진은 4~6주 후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활동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다. 수업, 회의, 업무 등이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간과한 새로운 가능성이 발견됐고, 혁신적인 업무 방식도 적용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요즘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쓰는 단어가 언택트다. 활동할 때 사람끼리 접촉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코로나19는 주로 사람 간 접촉으로 전염된다. 코로나 시대에는 언택트가 마치 ‘절대선’으로 간주된다. 스포츠에서도 무관중 경기, 경기장 사용 제한, 홈 트레이닝, 인공지능 코칭이 화두다. 비대면이 모든 분야에 있어서 정답이 될 수 있을까.
회의, 수업, 미팅 등은 (물론 한계는 있지만) 비대면으로 거의 모든 업무가 가능하다. 이런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상 비대면 방식의 한계가 뚜렷한 분야는 음악, 미술, 체육이다. 지식과 이론은 온라인으로 전할 수 있어도 트레이닝, 음악 및 미술 강습, 자세 교정, 감동 전달 등을 비대면으로 하는 건 한계가 많다. 음악, 미술, 체육이 약대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혹자는 “코로나 시대 비대면으로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한 직업들은 앞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반면 비대면으로 업무를 보는 데 한계가 뚜렷한 직업은 기계화·정보화 사회 속에서도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사람이 해온 일 중 첨단 기기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일이 예체능이라는 뜻일 게다.

캐나다 lmnts가 출시한 개인 요가 돔
리스타트19도 약대면 방식으로 오프라인 공연을 진행할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사람들이 모두 비대면만 말하고, 비대면만 좇았다면 이런 실험은 있을 수 없었다. 지금 외국에서는 투명한 반구 형태 개인 요가 돔(캐나다), 순환 동선 1인용 산책로(오스트리아) 등이 오프라인 신체활동을 돕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화공연예술계에서도 중심성 해체, 다핵화형 공연장 재설계, 지그재그형 간층 구조 변경, 발코니형 콘서트 등이 논의되고 있다. 스포츠계도 사람들끼리 약대면 속에 바이러스 감염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음악, 미술, 체육은 원래 아날로그였고, 사람들이 모여 공유해야만 가치가 극대화되는 분야다.
<김세훈 스포츠산업팀 기자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