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웃포스트 (The Outpost)
제작연도 2020
제작국 미국 외
상영시간 123분
장르 전쟁
감독 로드 루리
출연 스콧 이스트우드, 케일럽 랜드리 존스, 올랜도 블룸 외
개봉일 2020년 9월 예정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 제이앤시네마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무비앤아이
아웃포스트(outpost), 그러니까 번역해보자면 전초기지다. 그런데 이 전초기지, 심각하다. 군에 다녀오지 않아도 아마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방이 수천미터에 달하는 산으로 막혀 있는 한가운데 평지에 기지가 있다. 비록 황량한 땅이라고 하지만 어느 한구석에 저격병이 숨어 총을 쏘면 어쩔 건데? 도대체 여기에 기지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어쨌든 이들의 임무는 그곳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지역주민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아닌 게 아니라 한밤중에 마치 스포츠처럼 그들이 ‘탈레반’이라고 칭하는 아랍의 청년들이 기지를 향해 총을 난사하곤 한다. 이곳에 주둔한 미군 부대원들로서 제일 큰 임무는 일단 안전, 살아남는 것이다.
불리한 지형에서 임무는 ‘살아남기’
그런데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은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다. 천 길 낭떠러지 위에 난 길을 달려 트럭을 세워놓았더니, 다시 후방에서 쓸 일이 있다고 트럭을 가지고 돌아오라는 임무를 부여한다. 부대원 대신 직접 운전대를 잡았던 지휘관은 차량이 추락해 죽었다.
지역 장로들도 믿을 수 없다. 평화를 말하는 지휘관 앞에서 이름까지 지어주며 젊은 아랍청년들에게 총을 두고 떠나게 했지만, 약속은 채 하루가 되지 않아 깨진다. 그다음 날 아침도 미군기지를 향해 총탄이 날아든다. “야간투시경이 없으니 밤에는 사격을 못 하지”라고 야유하지만, 그 아랍사람들은 야간투시경에 RPG까지 갖춰 공격한다. 이제 밤도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
약 2시간 동안의 영화는 1시간을 기점으로 둘로 나눠진다. 전반부가 캐릭터 구축과 상황설정을 위한 것이라면 후반부는 2009년 10월 3일 오전 5시 58분부터 벌어진 전투다. 카메라 워킹도 달라진다. 후반부의 급박한 전투신은 그 긴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핸드헬드를 사용한다. 인상적인 것은 ‘유려한’ 카메라 워킹으로 잡아낸 두 장면이다. 하나는 위 트럭을 몰다 사망한 벤자민 대위의 후임으로 온 지휘관이 다리를 건너다 폭사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핸드헬드 카메라 워킹은 부상당한 미군의 유혈 낭자한 상처를 비출 때 다시 지미집을 사용한 관조로 돌아간다. 영화상에서 마지막 날까지 부대에는 총 네 명의 지휘관이 부임하는데, 영화는 각기 다른 그들의 지휘 스타일을 보여준다. 인상적인 것은 ‘겁쟁이’라는 별명을 달고 있는 세 번째 지휘관이 흑인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막사에서 꼼짝하지 않고 심지어 소변까지도 막사 안에 미리 마련해둔 플라스틱 통에 해결하는 모습 등에서 그에 대한 묘사는 확실히 부정적이다. (아마도 실제 목격담이리라) 교전 막판에 부임해온 지휘관을 제외하곤 누구도 이 전쟁의 ‘의미’, 그들이 지켜야 할 어떤 숭고한 임무가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다.
영화를 보면서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 제작된 <지옥의 묵시록>(1979), <플래툰>(1986), <7월 4일생>(1989)과 같은 염전(厭戰) 영화들과 이 영화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전직 해병이자 이혼남인’ 사병 카터와 카터에게 “나는 전쟁과 언쟁을 같이 하지 않겠다”고 복창을 시키던 메이즈의 갈등구조가 이야기의 골격이다. 후일 이날 전투에 대해 PTSD를 겪고 있을 카터는 상담사에게 “메이즈와 자신은 친구가 아니었다”라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메이즈가 총탄을 맞고 쓰러져 있을 때 그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달려가 구하려고 노력한다. 거창한 사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훈장 욕심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동료 전우이니까. 전우애를 제외하곤 공통분모가 없다.
주관적인 카메라 앵글
요컨대 이 영화에는 정전(cannon)이 될 가치관을 설파하는 마틴 루서킹 같은 인물은커녕 <지옥의 묵시록>의 커츠 대령처럼 광기에 사로잡혀 진지 너머 저편으로 달려간 사람도 없다. 미군을 공격한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의 누리스탄 마을사람들, 심지어는 자신들이 훈련시키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정부 군사들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탈레반이 몰려오고 있다’는 현지인 정보원의 경고도 맨날 하는 소리만 되풀이하는 양치기 소년의 일로 치부한다. 400명의 탈레반은 그저 원경에서 소총의 조준경 속에서 쓰러지거나 아니면 CS가스 속에서 “알라 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사살당한다. 조연도 아니라 그저 액세서리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게임 속 적군과 뭐가 다른가. 어찌 됐든 미국에서 평을 보면 실제 참전군인들 사이에서는 꽤 호평을 받은 영화다. 올랜도 블룸과 함께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의 2세가 주요캐릭터로 나오는 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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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등장하는 장로들은 그들을 찾아온 미군 지휘관에게 묻는다. “왜 여기에 왔냐. 지난 40년 동안 안 오지 않았냐.” 장로들이 말하는 40년 전 이야기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말하는 것이다. 대위는 자신의 어깨에 달린 성조기를 가리키며 “우리는 미국이고 자신들은 다르다”라고 하지만 시골 촌로들의 시각에서는 똑같다. 소련도 비슷한 명분을 가지고 들어갔을 것이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 국토 대부분은 산악지형이다. 이라크와는 또 다르다.
아웃포스트, 그러니까 전초기지를 왜 이런 불리한 지형에 만들었을까가 궁금해서 지도를 찾아봤다. 캄데시가 있는 누리스탄은 파키스탄과 접경지대에 있다. 탈레반은 엄밀히 말해 국가가 아니라 이슬람원리주의 단체다. 9·11테러 이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전쟁이 벌어지자 탈레반의 많은 수는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도망쳤다. 캄데시 전초기지의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일종의 교통요지에 있는 곳이다. 그러니까 이곳만 잘 봉쇄하면 파키스탄으로 넘어간 탈레반들이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귀환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당시 미군 지도부는 판단했던 것 같다. 9·11테러 사건이 났을 때도 지적된 일이었지만 탈레반을 키운 것은 미국이다. 1994년 아프가니스탄 내전 당시 그들에게 군수자금과 무기를 제공해 조직적으로 키웠고, 그들이 정권을 장악할 때까지 미국과 탈레반은 밀월관계였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을 위한 대량살상무기 제조국으로 이라크를 지목해 침공했고, 이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진행했다. 실상은? 대량살상무기는 없었고, 전쟁 수행의 정당성은 없었다. 어찌 보면 탈레반보다 더 극악한 ISIS를 만들어낸 원인제공자 역시 미국이다. 그게 서구권 바깥의 반미주의, 반서방 정서가 지금까지 계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