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에서 트레이드는 말 그대로 선수를 맞바꾸는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1982년 원년부터 트레이드가 이뤄져 왔다. 1호는 서정환 전 KIA 감독이었다. 그는 1982년 12월 7일 삼성에서 해태로 현금 트레이드되면서 첫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됐다.

1986년 롯데 소속이던 고 최동원. 그는 1988년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미움을 사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최초의 선수 대 선수 트레이드는 이듬해 성사됐다. 1983년 6월 27일 MBC의 정영기와 롯데의 차동열이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다. 당시 정영기와 차동열은 팀 주전에서 한발 물러난 선수들로서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트레이드는 기본적으로 전력 보강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대개 팀과 팀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성립이 되는 것이라 선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레이드 자체가 선수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빅딜’ 트레이드
각 구단은 매년 트레이드 마감시한까지 수없이 카드를 맞춰본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트레이드 시도를 100번도 넘게 해 봤다”고 말하곤 했다. 정작 수면 위로 드러난 트레이드는 많지 않다. 트레이드는 내 살을 깎아 남에게 주는 일에 비유되곤 한다. 혹여 내보낸 선수가 다른 팀에서 ‘터지기라도 하면’ 팬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할 수 없다. 이런 요소까지 모두 고려한 다음에야 트레이드는 성사된다. 때로는 ‘빅딜’이 성사돼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야구계를 가장 충격에 빠뜨린 트레이드는 1988년에 일어났다. 그해 11월 22일 삼성과 롯데가 4 대 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삼성은 김시진, 전용권, 오대석, 허규옥을 롯데로 보냈고 롯데는 최동원, 오명록, 김성현 등을 삼성으로 보냈다. 핵심은 김시진과 최동원의 맞바꾸기였다. 최동원이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단의 미움을 샀고 트레이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1993년에는 해태 한대화와 LG 김상훈이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다. 한대화는 해태의 팀 우승을 6차례나 이끈 주인공이었고, 김상훈은 ‘미스터 LG’로 불릴 만큼 팀의 간판이었기 때문에 야구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5년 뒤 벌어진 삼성과 해태의 3 대 1 트레이드 역시 삼성 양준혁과 해태 임창용이 포함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양준혁은 당시 해외 진출을 선언하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SK는 2001년 삼성과 2 대 6의 대규모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만 해도 단일 트레이드 사상 최대 인원이 팀을 옮긴 트레이드로 기억되고 있다. 신생팀이었던 SK는 이 트레이드로 전력 보강을 할 수 있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2015년 롯데와 KT의 5 대 4 트레이드가 대형 트레이드로 꼽힌다. 롯데가 투수 최대성, 포수 장성우·윤여운, 내야수 이창진, 외야수 하준호 등 5명을 내줬고 KT의 투수 박세웅·이성민·조현우, 포수 안중열 등 4명이 이적하게 됐다.
2020년 이미 평가를 받은 트레이드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11건의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지난해 11월부터 6월까지 활발하게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일찌감치 이뤄진 트레이드는 시즌 중반을 넘기면서 이미 성패가 갈리고 있다.
2019년 11월 롯데와 한화는 투수 장시환과 포수 지성준을 맞바꿨다. 포수난에 시달렸던 롯데의 지성준 영입은 스토브리그를 한껏 뜨겁게 했다. 정작 지성준은 사생활 문제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지난 7월 말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먹었다. 한화에서는 장시환이 선발 로테이션을 계속 지키고 있다.
지난 1월 KIA와 키움은 현금을 낀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키움은 박준태와 2억원을 받았고 장영석을 내줬다. 당시만 해도 장영석이 더 큰 카드로 주목을 받았으나 현재 1군에 없고 박준태는 키움의 주축 선수가 됐다.
지난 6월 두산과 KIA의 트레이드도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류지혁을 내준 두산이 큰 출혈을 감수한 것으로 보였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반면 홍건희는 류지혁에 비해 무게감이 적어 보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추는 두산 쪽으로 조금 더 기울고 있다. 류지혁은 이적 후 5경기 만에 부상으로 빠졌다. 홍건희는 불안했던 두산 불펜의 중심을 맡고 있다.
올해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지난 8월 15일이었다. 코로나19로 개막이 5월 5일로 늦춰지면서 마감시한도 종전의 7월 31일에서 보름가량 미뤄졌다. 마감시한을 앞두고선 두 건의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NC와 KIA는 지난 8월 12일 올 시즌 가장 주목을 받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우승을 노리는 NC는 불펜 보강이 시급했고, 이에 KIA 투수 문경찬과 박정수를 데리고 왔다. 그러면서 투수 장현식과 내야수 김태진을 내줬다.
양팀 모두 출혈을 감수한 트레이드였다. 5월 중순부터 선두 자리를 지킨 NC의 가장 큰 고민은 불펜 불안이었다. 각종 기록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지만 불펜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항간에는 이런 NC가 한화에서 정우람을 데려온다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결국 소문에 그쳤다. NC는 KIA와 손을 맞잡고 깜짝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두 팀의 트레이드는 초반부터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KIA 유니폼을 입은 장현식은 이적 첫 경기인 8월 13일 LG전에서 1이닝 1실점을 했지만 15일 SK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창원으로 홈을 옮긴 문경찬은 14일 LG전에서 0.1이닝 4실점, 16일에는 0.2이닝 무실점으로 적응 단계를 거쳤다.
마감시한 이틀 전에는 SK와 KT가 포수 이홍구와 내야수 오태곤을 맞바꿨다. 두 팀은 각 팀에서 설 자리가 없던 선수들을 맞바꿨다. SK는 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으나 팀의 미래를 위해 전력 보강이 필요했다. 창단 후 첫 4강권 진입을 노리는 KT로서는 포수 자원이 필요했다. 두 팀이 원하는 건 윈-윈이다.
<김하진 스포츠부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