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에픽게임즈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30% 수수료에 반발해 사용자들에게 직접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자 양대 스토어에서 게임이 내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에픽게임즈가 여론몰이를 하자 애플은 에픽게임즈 개발자 계정의 해지를 통보했다. 개발자 계정의 해지는 기존 앱 업데이트 및 새 앱 출시가 모두 불가능하다는 걸 뜻한다.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앱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두 업체가 모바일 운영체제를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가 강력한 커머스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커머스 플랫폼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거래를 매개하며 수수료 및 광고 수익을 올리면서 1, 2위 업체가 될 경우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발휘한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독과점을 지향한다. 많은 사람이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것은 문제라기보다는 플랫폼의 특성이자 본질이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해결의 대상이지만 본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경우에 본질은 해결할 수 없으며, 바꿀 수도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흐름을 통해 시장을 지배한다. 시장 초기에는 수백개에 달하는 플랫폼이 등장해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이러한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결국에는 극소수의 플랫폼만 시장에서 살아남게 된다.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과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판매자·구매자 등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수가 참여하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거래 성사의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매출 증대, 상품의 다양성 등 여러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로서 시장 우위에 있는 플랫폼을 계속 이용하게 되고, 그러한 사용자 선택이 특정 플랫폼에 누적되면 될수록 ‘록인 효과(Lock-In Effect)’가 커진다. 잠금 효과, 자물쇠 효과라고도 불리는 록인 효과는 사용자가 ‘변화 비용’으로 인해 사용하는 플랫폼을 다른 것으로 전환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변화 비용이 없으면 사용자는 더 자유롭게 플랫폼을 오갈 수 있다.
하지만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높은 변화 비용으로 인해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려고 하지 않는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 매출 규모를 포기할 수 없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다른 플랫폼에서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익숙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회원 가입, 신뢰성, 보안 등 수많은 변화 비용이 존재한다.
독과점화된 플랫폼에 균열이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예 시장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강력한 후발 주자가 나타나 기존 플랫폼의 록인 효과를 극복하고 새로운 승자가 되는 경우다.
모바일 앱 시장은 스마트폰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애플과 구글의 시장 지배력은 철옹성 수준이다. 애플과 구글이 단지 앱 장터가 아니라 모바일 운영체제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에픽게임즈의 저항은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장 균형과 소비자 이익을 위해 에픽게임즈와 같은 저항 세력 내지는 도전자가 계속 나와야 한다. 강력한 플랫폼은 있어도 영원한 플랫폼은 없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