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재정형편을 이야기할 때 ‘재정자립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공무원 월급도 주기 빠듯한 지자체가 뭘 할 수 있겠냐고 주장한다. 이런 ‘재정여력 부족’ 프레임은 언론들의 기본적인 보도 행태로 자리 잡고 있다. 단체장들도 재정여력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사업에 난색을 표한다. 시민들도 대개 이러한 ‘재정여력 부족’ 프레임에 갇혀 있다. 그래서 중앙에서 예산을 확보하는 것에 사활을 걸고, 중앙 예산 확보가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의 능력으로 여겨진다.

정찬민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2016년 용인시장을 역임할 당시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 추진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렇게 모든 지자체가 재정여력 부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형편이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비수도권 지자체가 예산이 더 부족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실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개요’에 따르면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243곳 중 113곳에 이른다. 이러한 통계가 ‘재정여력 부족’ 프레임의 강력한 근거다.
그런데 이게 사실이라면 상당수 지자체는 공무원의 월급도 못 주고 허덕이거나 남은 돈이 별로 없어서 사업을 할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재정여력의 근거는 재정자립도인데, 이는 일반회계 중 자체수입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국세가 80%에 달하고, 지방세가 20%대에 불과한 우리 현실에서 재정자립을 하는 지자체가 오히려 매우 특수하다.
부족한 재원은 교부세로 충당한다. 국세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지방교부세는 2020년에만 52조원에 이른다. 지방교부세는 국고보조금과 달리 꼬리표가 없다. 즉 조건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포함해 계산한 것이 ‘재정자주도’다. 따라서 진짜 재정여력은 재정자주도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의존 재원이라 하더라도 지방정부가 자주적으로 쓸 수 있으면, 재량여력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와 자주도를 비교해 보았다. 전남(19.8%), 강원(23.5%), 경북(26.2%) 등의 예산상 재정자립도는 대구(47.6%)나 부산(52.4%)은 물론 전국평균(46.8%)보다 낮다. 하지만 교부세를 받고 난 후 결산상 재정자주도는 강원(79.4%), 전남(73.9%), 경북(75%) 등이 오히려 대구(73.8%), 광주(72.5%), 부산(68.1%)보다 높다. 자체 재원이 낮은 대신 지방교부세 등 자주재원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교부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 차이는 자체 재원이 부족한 지자체일수록 크게 나타난다. 가령 서울은 결산상 재정자주도와 예산상 재정자립도 차이가 8.6%포인트에 불과하다. 강원, 전남은 각각 55.9%p, 54.1%포인트 차이가 난다.
결론적으로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도 자주재원은 풍부해 재정자주도는 높을 수 있으며, 반대로 재정자립도는 상대적으로 높아도 재정자주도는 낮을 수 있다. 이는 지방세 등 자체 재원이 부족해 자체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기존의 통념과 배치된다.
언론과 지자체는 이런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말하지 않고 재정 운용 능력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