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 성형수-기적의 물로 드러나는 현대인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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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기괴괴 성형수 (Beauty Water)

제작연도 2020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85분

장르 애니메이션, 공포, 스릴러

감독 조경훈

출연 문남숙, 장민혁, 조현정, 김보영, 최승훈

개봉일 2020년 9월 2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에스에스애니멘트

에스에스애니멘트

인기연예인 미리(김보영 목소리)의 보조매니저로 일하는 예지(문남숙 목소리)는 못생긴 얼굴과 뚱뚱한 몸매로 인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재능을 보였던 발레도 외모를 이유로 일찌감치 포기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늘 무시당하는 그는 매사에 소극적이고 감정적이다. 어느 날 미리가 출연하는 홈쇼핑 방송에 따라갔다가 갑작스럽게 출연까지 하게 된 예지는 이를 계기로 더 큰 상처를 받고, 이로 인해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자신을 감금하는 지경에 이른다.

며칠 후 예지 앞에 소포가 도착하는데 그 안에는 손쉽게 성형할 수 있는 기적의 물이라 알려진 성형수가 들어 있다. 반신반의하던 예지는 결국 성형수의 놀라운 효능을 체험하고 하루아침에 모든 사람의 눈길을 받는 미인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권력에 맛을 들인 그녀의 욕심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가고 과욕은 치명적 결과를 부른다.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이하 <성형수>)는 현재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오성대 작가의 만화 <기기괴괴>를 원작으로 각색·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성형수>는 각양각색의 기괴한 이야기들을 한데 모은 <기기괴괴> 시리즈 중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에피소드 중 하나로 2015년 2월부터 4월까지 총 11회로 연재되었다. 인기에 힘입어 외전 격인 <성형귀>가 소개되었고, 얼만 전에는 공식 속편 <뉴 성형수>도 추가로 연재를 마치기도 했다.

원작과의 차별을 위한 다양한 시도

한국의 다양한 콘텐츠들이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웹툰의 인기도 크게 상승했고, 이를 발판으로 <성형수>의 영화화는 가속화됐다. 처음에는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낸 중국시장의 투자에 집중했지만, 한한령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악재는 더 넓은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는 기회가 되었다.

일단 원작만화의 내용을 기억하는 독자라도 영화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재미를 기대할 만하다. 독창적이고 뛰어난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이야기 흐름에 집중하는 웹툰의 매체 특성상 누락된 인물들의 감정이나 건조한 진행은 영화적으로는 극복해야 할 숙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은 큰 틀에서 기존의 이야기 얼개를 벗어나진 않으면서도 주인공에 대한 설정이나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훨씬 다층적으로 확장했고, 사건의 규모와 전개도 섬세하고 촘촘하게 보완했다.

감독은 영화화를 위해 원작의 건조함을 걷어내려 최대한 애썼다고 말한다. 외모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는 절박함으로 인해 탐욕의 노예가 되어 희망과 절망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감정을 충분히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이는 공포 장르영화로서 책임과도 맞닿았다. 보통의 영화들이 관객들을 직접 겨냥해 남발하는 말초적 장치보다 주인공 예지가 느끼는 공포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것이 목도하는 관객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되기를 바랐다.

또 단순히 양성의 대립이나 우월의 문제를 넘어선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과 이를 조장하는 사회에 관해서도 고찰하고자 노력했다.

세계시장에서 주목받은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 <성형수>는 자칫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구성임에도 꽤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소소한 아쉬움이 발견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굳이 그것을 꼬집어 질타할 정도로 무성의해 보이지는 않는다. 완벽하다거나 풍성한 작품으로 평가받지 못할지언정 모나지도 않은 재미있는 영화로는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두 남녀 주인공의 인연이 시작되는 방송국 복도 장면에서 창 너머로 밝게 비추는 햇살에 반짝이는 먼지까지 놓치지 않고 묘사하는 섬세함은 이 작품에 담긴 온기와 정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성형수>는 대만에 이어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까지 9월 개봉을 확정했다. 또 이에 앞서 26회 프랑스 에뜨랑제 국제영화제, 24회 캐나다 판타지아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 24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다수의 국내외 영화제에 출품되어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특히 올해로 44회를 맞는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와 함께 장편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고무적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안시에서 열리는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세계 4대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중 하나로, ‘애니메이션계의 칸 영화제’라고 불리는 권위 있는 영화제다. 이중 <무녀도>는 콩트르샹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은 아직 진행 중이다.

아이들은 볼 수 없는 만화영화

themoviedb.org <퍼펙트 블루>

themoviedb.org <퍼펙트 블루>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을 위한 영상이란 선입견의 골은 여전히 깊다. 최근에는 몇몇 대작들의 성공에 힘입어 유치하고 단순하다는 편견까지는 벗어냈지만, 여전히 만화영화는 아동이나 아동이 포함된 가족의 전유물 취급을 받는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과감한 시도도 있지만, 이 역시 그렇지 않아도 협소한 기존 소비층을 폭을 더욱 좁힐 뿐 아니라 성인용이라는 강박관념이 동반하는 과도한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대중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맞기도 한다.

<성형수>는 10대 중반부터 20대 관객층을 겨냥해 제작됐다. 아동과 성인이라는 양극단으로 양분된 소비시장의 중간지점을 뜻한다. 다시 말해 좀처럼 도전하지 않는, 그만큼 쉽지 않은 영역을 과감하게 공략했다. 몇몇 부분에서 일본 곤 사토시 감독의 충격적 장편 데뷔작 <퍼펙트 블루>(1997)가 떠오른다. 인기 아이돌 여가수와 주변 인물들이 겪게 되는 위협과 정체성의 혼란을 섬세하게 그린 이 작품에서 곤 사토시 감독은 이전까지 주로 비현실 실현의 도구로 규정되어왔던 만화영화를 역설적이게도 실사 영화적 시각에서 접근한다.

두 영화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소재로 채택해 비판적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닮았다. 공교롭게 쇼 비즈니스 산업을 배경으로 등장시키고 있는 공통분모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부산행>, <반도>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도 시작은 애니메이션 연출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 그의 대표작들 역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가볍게 보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들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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