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 한국 경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봤습니다. 지난 6월 전망치인 -1.2%에서 0.4%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이는 37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였습니다. 청와대는 고무된 모습이었습니다. 청와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한국 경제성장률만 상향 조정됐다”, “한국판 뉴딜과 경제위기 대응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정부의 자화자찬이 마뜩잖았습니다. 지난주 소득 하위 10% 또는 20%의 소득 수준을 취재하면서 저소득층의 생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숫자’ 여럿을 본 뒤였기 때문이었을까요.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마냥 자화자찬할 수 없는 대목들이 눈에 띕니다. 올해 1분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은 건 소득 하위 10분위였습니다. 정부가 칭찬의 근거로 삼은 OECD 통계도 한국 저소득층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OECD가 가장 최근 조사한 상대적 빈곤율 통계를 보면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높습니다. 전체 인구 중에서 빈곤 위험에 처한 인구가 많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소득 하위 10% 가운데는 노쇠하거나 건강 때문에 일을 하기 어려운 노인이자 1인 가구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일하기 싫어하는, 정부 지원만 바라는 사람들이 아닌 노동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밑바닥에 몰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이 계속 악화되면서 불평등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현상과 진단을 보면 과제도 명확합니다. 소득 하위 10% 또는 20%의 소득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임금소득이 없는 이들의 생활을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인지, 정부가 정책으로 풀어내야 할 숙제입니다.
정작 정부의 고민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73개 복지정책의 적용 범위를 정하는 기준선인 기준 중위소득은 최근 ‘찔끔’ 인상에 그쳤습니다. 빈곤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대목입니다. 현실은 소득 하위 10%에 속한 분들이 “죽지 않을 만큼의 돈으로 생활한다”, “평생 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수준의 삶만 살라는 의미 같다”라고 하는 상황인데 말이죠.
“정부의 최우선적 선택은 가장 어려운 사람이어야 합니다. 예산 배분의 기본원칙은 일정 비율만큼은 반드시 사회적 약자에게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 취재과정에서 평생 빈민운동을 해온 분께 들었던 말입니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분들에게 이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려주고 싶습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