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평일 경기는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된다. 경기 개시 3시간 30분 전이면 원정 더그아웃 통로 근처가 분주해진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구단 경기 및 질서유지를 맡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모인다.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풍경이다. 원정선수단이 버스에서 내리면 정해진 길을 따라 원정 더그아웃(대부분 3루 쪽)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고 일일이 체온을 측정한다.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매일 ‘자가검진’을 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체온 체크도 빼놓지 않는다. 이 모든 과정을 경기 감독관이 직접 지켜봐야 한다.

야구팬들이 루프톱 바에서 유니폼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2020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개막전을 지켜보고 있다. / EPA연합뉴스
KBO리그는 당초 개막일에서 한 달이 더 지난 5월 5일이 돼서야 개막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세계의 모든 질서를 바꿔놓았다. 철저한 관리와 방역 속에 다행히 시즌 중단 없이 절반을 넘겼다. 개막 전에는 의심 환자들이 속속 나타났지만, 개막 이후에는 열이 많이 나는 의심 환자조차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구단의 노력에 선수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KBO리그는 비록 10% 수준이지만 팬들 입장도 허용됐다. 팬들 역시 입장 때 일일이 발열 체크를 받고 QR코드 등을 통해 자기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큰 불편의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확진자 발생 선수단 전체가 격리
반면 우여곡절 끝에 개막한 메이저리그는 상황이 심각하다. 뉴욕타임스는 8월 4일 “메이저리그는 물이 새는 아파트와 비슷하다. 배관을 고쳤지만 여전히 거실에 물이 떨어지고 있다. 아무도 대놓고 인정하지 않지만 아파트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리그 일정이 엉망진창이 됐다. 언제 어디서 폭탄이 또 터질지 모른다. 자칫 시즌이 중단될 수도 있다.
시작은 마이애미였다. 마이애미 선수단은 개막 직전인 7월 22일과 23일 애틀랜타와 시범경기를 치렀다. 이후 25일부터 필라델피아와 개막 3연전을 벌였다. 이때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검사를 할 때마다 확진자가 늘었고, 선수 18명 포함 총 2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마이애미와 경기를 치른 필라델피아에 불똥이 튀었다. 마이애미 선수단만 격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경기를 치른 필라델피아 선수단도 격리돼 전원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이애미 선수들이 사용한 필라델피아 홈구장 시티즌스 파크 뱅크 원정 라커룸은 폐쇄됐다. 일정에 따라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그 라커룸을 쓰기로 돼 있었지만, 양키스 선수단은 야구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경기가 취소됐고, 양키스는 볼티모어와 경기를 치러야 했다.
마이애미의 다음 일정은 워싱턴과의 경기였는데, 워싱턴 선수단이 내부 투표를 통해 “마이애미에서 경기를 치를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물론 마이애미 선수단 전체가 필라델피아의 호텔에 격리됐기 때문에 경기를 치를 수도 없었다.
끝없는 반복검사 끝에 마이애미와 워싱턴의 격리가 해제될 즈음, 이번에는 김광현이 뛰고 있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사고가 터졌다. 지난 8월 1일 검사에서 선수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추가 검사를 통해 13명까지 숫자가 늘었다. 선수가 7명, 구단직원이 6명이다. 세인트루이스는 디트로이트와의 4연전이 모두 취소된 채 밀워키의 호텔에서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반복검사를 통해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야 경기를 다시 치를 수 있다.
이미 제대로 된 시즌을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애미와 경기를 했던 필라델피아는 구단 직원 1명만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선수단은 1주일 동안 격리된 채 경기는커녕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경기를 하지 못했고, 4일 양키스와 경기를 했지만 3-6으로 졌다.
불똥은 류현진이 뛰고 있는 토론토에 튀었다. 토론토 역시 필라델피아와의 일정이 모두 취소되면서 4일간의 강제 휴가가 생겼다. 젊은 야수들이 주축이 된 토론토는 선수단의 경험이 적기 때문에 불규칙한 일정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화끈하게 달아올랐던 방망이가 식었고, 모처럼 벌인 5일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겨우 1점만 뽑으며 1-10으로 대패했다.
류현진의 토론토 4일간의 강제 휴가
미국 내 코로나19 방역 관련 시스템이 대부분 그렇듯이 마이애미와 세인트루이스 선수단의 ‘감염경로’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세인트루이스 감염 관련해서는 ‘카지노 방문설’이 제기됐다. 전 메이저리거인 제리 해리슨 주니어는 트위터를 통해 “세인트루이스 선수 몇몇이 카지노에 출입했고, 이를 통해 코로나19 감염이 이뤄졌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 역시 “세인트루이스 선수 최소 2명 이상이 카지노에 출입했다”고 전했다.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카지노 감염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존 모젤리악 사장은 “선수들이 카지노에 갔다는 증거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만약 그랬다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온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게 돼 무척 슬프다. 방역규칙을 잘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통해 회복해서 빨리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마이애미에서 벌어진 대량 확진 사태는 ‘몇몇 선수들이 밤문화를 즐기다 일이 커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조사에서는 선수들이 마스크 없이 호텔 바에 모여 있었고, 호텔 밖으로 나간 선수들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호텔 밖으로 나간 선수 중 일부가 애틀랜타의 ‘밤문화’를 즐기려 했다는 의혹이다.
마이애미 CEO인 데릭 지터는 8월 4일 인터뷰에서 마이애미 선수들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긴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이들이 ‘밤문화’를 즐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지터는 “우리 팀에서 벌어진 이 같은 일이 리그 전체에 경종을 울렸기를 바란다. 앞으로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면서 “우리 팀 선수들이 밤에 나가서 놀았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경로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마이애미, 세인트루이스처럼 또 다른 대량 감염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메이저리그 시즌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늦게 개막해 겨우 60경기만 치러지는 시즌이지만 가뜩이나 빡빡한 일정에 경기 취소가 속출하면서 시즌이 파행을 겪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7이닝 더블헤더’라는 방식으로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한두 구단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면 시즌 완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용균 스포츠부 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