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확률 99.9% 광고 방치하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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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구·김덕배. 7월 초순 포털 실검에 등장한 이름이다. 유튜브에 파는 한 상품광고에서 거론되고 있는 이름이다. 약 5분짜리 광고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고품질의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유명했던 회사에 근무하던 이들은 새로운 이사회가 회사를 인수한 뒤 비용 절감만 추구하는 부조리에 회의를 느껴 퇴사했다. 퇴사 후 그들이 만들어낸 에어컨은 새롭고 혁신적인데다가 저렴하기까지 하다.” 광고내용 자체만 보면 놀랍다. 열역학 제2법칙은 어디에서 쌈싸먹었는지 실외기가 따로 필요 없이 물만 부으면 되기 때문에 설치나 이동도 자유롭다.

유튜브캡처

유튜브캡처

그런데 이 광고에서 누리꾼들은 몇 달 전부터 악명 높았던 다른 유튜브 광고들을 떠올렸다. 치과업계의 더러운 비밀, 즉 “구강 위생산업이 지난 100년 동안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한 ‘김성국 박사’가 만들어냈다는 울트라 브러시 광고다. ‘드론업계의 비리담합을 박차고 나왔다’는 이원표 박사도 있다. 이들이 실존 인물인지 확인할 필요는 별로 없어 보인다. 독일어권 유튜브 광고 리뷰어가 올린 고발영상을 보면 독일에서는 이영구·김덕배 대신 미하엘 그뤼네발트·마르코 프뤼가 에어컨 회사를 뛰쳐나온 인물이다.

실구매가는 약 20만원이지만 50% 할인해 9만원에 판매한다고 한다. 에어컨이 9만원이면 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 판매되는 물건은 냉풍기다. 누리꾼이 타오바오 등 중국 쇼핑몰에서 찾아낸 같은 제품의 가격은 한국 돈으로 약 6000원에서 2만원선. 거의 봉이 김선달급 폭리다.

의문은 99.9% 사기인 것이 명확한 이런 판매광고를 유튜브 측은 왜 방치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기자의 질문에 유튜브 측은 “모든 사용자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광고를 유지하기 위해 광고검토를 통해 구글 애즈(Google Ads) 정책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고 밝혀왔다. 광고는 구글 정책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금지된 행위-왜곡된 주장-혼동을 야기하는 카테고리 항목에 해당한다. 유튜브코리아 측 관계자는 7월 9일 통화에서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은 원칙적 정책 부분”이라며 기자의 문제 제기 이후에도 해당광고가 계속 송출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알려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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