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들은 하이힐이나 샌들 등 신발로 패션의 마침표를 찍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형태로 제작된 신발을 자주 착용할 경우 발의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발의 피로감을 자주 느끼는 젊은 여성 환자 중 ‘무지외반증’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볼이 좁고 굽이 높은 하이힐이나 샌들이 무지외반증을 초래하고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김용상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방향으로 휘면서 엄지발가락은 물론 발 전체에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 바로 무지외반증이다. 해마다 10만여 명이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다. 특히 20대에서 40대 사이 여성에게서 유독 많이 발병한다.
마치 유행처럼 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무지외반증 보조기’, ‘무지외반증 교정기’다. 실리콘처럼 말랑한 재질로 발가락 사이에 착용하는 제품이다. 해당 제조사는 무지외반증 등의 족부질환은 물론 자세교정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홍보한다.
과연 그럴까? 무지외반증 보조기 및 교정기의 효과는 실제로 과장되어 있다. 착용 당시에는 일시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다. 게다가 해당 제품이 무지외반증 치료 및 교정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다. 하지만 온라인상에는 무지외반증 보조기 및 교정기 착용 후 개선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적지 않다.
볼이 좁은 신발을 신으면 발가락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 틀어지게 마련이다. 이때 무지외반증 보조기 및 교정기를 착용하면 일시적으로나마 발가락이 정상적 위치에 있도록 잡아준다. 즉 발의 피로감과 통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볼 순 있지만, 이미 휘어지고 변형된 발가락뼈를 바로잡아주지는 못한다.
자세교정 효과도 마찬가지다. 무지외반증이 발병하면 점차 걸음걸이가 비정상적으로 바뀌며 보행에 지장이 생긴다. 이때 발목뿐 아니라 무릎 등 다른 근골격계 부위에도 영향을 미치며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즉 정상적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완화되면 자연스레 타 부위 통증도 감소한다는 의미다. 이것을 자세교정 효과라고 보는 건 무리다.
무지외반증은 수술만이 거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이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에게 맞는 편안한 신발을 찾아 착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반드시 신어야 하는 날에는 수시로 신발을 벗거나 슬리퍼 등으로 번갈아 신어보자.
<글·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김용상 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