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25년 만에 돌아온 의심스러운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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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침입자(Intruder)

제작연도 2019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02분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감독 손원평

출연 송지효, 김무열, 예수정, 최상훈 외

개봉 2020년 6월 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얼마만의 한국 상업영화의 대규모 시사회인가? 코로나19 이전엔 당연히 관례처럼 행해졌던 풍경이 모처럼 재현됐다. 꽤 많은 기자와 관계자들이 극장에 모여들었고, 시사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요란하게 플래시가 터졌다.

개봉 진행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제작발표회를 지난 2월 12일 치른 이 작품의 언론 시사는 애초 3월 초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양상이 심상치 않자 개봉과 시사일정을 연기했고, 어렵게 5월 중순으로 확정했던 언론 시사는 또 한 번 연기되어 결국 지난 5월 27일에야 어렵게 성사됐다.

어렸을 적 놀이공원에서 여동생을 잃어버린 아픈 과거를 원죄처럼 짊어지고 살아가던 건축가 서진(김무열 분)은 얼마 전 뺑소니 사고로 아내마저 잃었다. 슬픔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그는 신경쇠약으로 병원치료를 받게 되고, 어린 딸과 함께 부모님 댁으로 돌아와 함께 생활하기로 한다. 어느 날 보육원에서 잃어버린 동생을 찾았다는 난데없는 연락을 받게 된 서진은 담담하게 동생 유진(송지효 분)을 자처하는 여자를 만나 유전자 검사를 요청한다.

얼마 후 집에 도착한 유전자 검사결과를 먼저 받아본 어머니는 25년 만에 잃어버린 딸을 찾았다며 오열하고, 이후 유진은 그들의 집에 함께 기거하기 시작한다. 싹싹하고 눈치 빠른 그로 인해 가족은 활력을 되찾지만, 서진의 마음은 편하지가 않다. 저 여자 뭔가 이상하다.

시작부터 절반의 재미가 거세된 미스터리 스릴러

기획 당시 제목은 <도터(Daughter)>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딸’이라는 가족 안의 지위가 특정인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나름의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겠다. 가족 속에 스며든 낯선 이방인의 정체라는 미스터리로부터 도달할 수 있는 결말의 기회는 열려 있다. 하지만 지금의 <침입자>라는 제목은 그 자체가 작품이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전개와 기대의 가능성을 애초부터 특정 짓고 들어가겠다는 선포임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에 한술 더 뜬 예고편은 일방적인 의심의 시선을 더욱 강하게 부각시키다 못해 애당초 결론 내리고 시작하는 듯해 영화가 제공할 수 있는 재미의 절반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본편도 그렇게 진행된다. 그녀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은 애초부터 무의미해지고, 그녀는 ‘왜’ 그러는가에 전적으로 영화 무게가 실린다.

그래서 더욱 결말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선택한 답안이나 그것을 내놓은 방법은 그리 명석해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이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라는 장르 안에 머물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관객들을 납득시키기에는 너무 많은 구멍이 발견되고, 무엇보다 앞서 펼쳐놓은 이야기와는 전혀 결이 다른 갑작스러운 소재의 전환은 당황스러움에 앞서 극이 힘겹게 유지해오던 최소한의 균형마저 깨뜨리는 모양새다.

부분적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었으면서도 이중 어느 것도 고무적 성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는 크나큰 아쉬움이다.

상업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신인 여류 감독

다양한 장르 안에서도 자신의 몫을 충분히 뽑아내는 두 배우의 경합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볼거리라 하겠다.

영화뿐 아니라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인지도를 높인 송지효는 이전까지의 이미지를 내던질 각오로 체중 감량까지 감행하며 유진 역에 몰입했다는 후문이다. 중심에서 극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의문의 인물인 만큼 그녀의 변신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다수의 스릴러 영화에서 재능을 펼쳐왔던 김무열은 오랜 시간 후 다시 만난 여동생의 정체를 미심쩍어하지만, 그에 앞서 자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심약하고 혼란스러운 인물 서진을 설득력 있게 연기해낸다.

감독의 이력이 무엇보다 이채롭다. 일단 소설가로 더 큰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전부터 영화평론가로 활동했으며,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며 다수의 단편을 내놓기도 했단다. 여기에 연기와 각색까지 다양한 이력을 영화계 안에 두고 있다. 소위 대중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창의성을 더해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인내와 투지는 그녀의 장점으로 보인다.

이런 재능은 데뷔작인 <침입자>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주제의 깊이나 장르적 구조의 치밀함보다는 요즘 관객들이 선호할 만한 오락적 요소들을 적절히 조합해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제공하겠다는 목표가 우선이었을 작품으로 읽힌다. 어려운 시기에 힘겨운 데뷔전을 치러낸 그의 이후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우리 집에 왜 왔니?

관객들에게 공포와 스릴을 제공하는 장소는 다양하다. 하지만 다소 성의 없어 보이는 주장일지 모르겠지만 크게 나눠 두 군데로 정리될 수밖에 없다. 평소 평온한 일상을 영유하는 ‘집 안’과 그곳을 벗어난 ‘집 밖’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집을 벗어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친구들과 캠프를 떠난다거나, 홀로 바위산에 오른다거나, 해외여행을 가거나 고대의 유적을 찾아가는 모든 행위는 기본적으로 낯선 위험을 동반한다. ‘집 나가면 고생’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반면 집 안에서 벌어지는 공포라면 필수적으로 ‘침입자’라는 대상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믿는 공간이 위협받고 그 가치를 잃게 될 때 느끼는 공포나 상실감은 외부에서 스스로 각오하고 자처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영화가 집이라는 공간 자체를 공포의 소재로 활용해왔다.

일단 <아미티빌 호러>(2005)나 <컨저링>(2013) 같은 일명 ‘하우스 호러’의 대명사로 규정되는 귀신들린 집 이야기는 가장 고전적인 형태로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이 그런 곳에서 새로운 일상을 꿈꾸는 개인이나 가족이 문제라면 문제다.

다른 분류는 앞서 언급한 대로 이미 익숙한 나의 공간에 이질적인 무엇인가 침범해올 때 벌어진다. 워낙 많은 작품이 있지만 넓게 본다면 파솔리니 감독의 가족 붕괴극 <테오레마>(1968)부터 할리우드 스릴러 <퍼시픽 하이츠>(1990)나 <위험한 독신녀>(1992), 최근 주체의 시선을 역전시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같은 영화도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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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