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4월 23일 <경향신문>은 이렇게 전한다. “오는 5월부터 우체국에서도 금리가 높은 자유저축예금과 가계우대정기적금을 취급케 된다. 자유저축예금은 6개월 이상 맡길 경우 연 12%, 가계우대정기적금은 3년짜리의 경우 연 13%의 높은 이자가 붙는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기사에 언급된 이율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높은 이자다.
필자는 1980년대 후반생으로 소위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다. ‘욜로(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 세대로도 불리는 그 그룹 말이다. 욜로를 소비 맥락에서 풀어쓰면 ‘티끌 같은 월급 모아 집 사기는 글렀으니 맛있는 것 먹고 여행이나 다니자’ 정도가 되겠다. 그러나 새로움과 경험을 중시하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 세대가 돈을 펑펑 쓴다는 건 ‘오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해왔다. 지난해 보험관리 플랫폼 굿리치가 2030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20대 중에서 수입의 30% 이상을 재테크에 사용한다는 사람이 43.2%나 됐다고 한다. 수입 절반을 재테크에 이용한다는 사람도 다섯 명 중 한 명(20.9%) 꼴이었다.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테크 수단은 예·적금(54.1%)이었다.
사회 초년생인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돈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밀레니얼을 겨냥한 뉴스 팟캐스트를 운영해온 <중앙일보>의 ‘듣똑라’는 최근 20대 여성의 재테크를 소재로 한 영상으로 유튜브 채널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매일 아침 금융정보를 뉴스레터로 보내주는 경제미디어 스타트업 어피티의 ‘머니레터’도 인기가 높다. 경제 정보를 사회 초년생 눈높이에 맞게 전달하고, 상담 내용도 공유한다.
6월 4일자 머니레터에 공개된 입사 3개월차 신입사원 ㄱ씨 사례를 보자. 월급 실수령액은 200만원. 부모님 집에 살고 있어 월세는 들지 않지만 학자금대출을 갚아야 한다. 가입한 저축 상품이 무려 6개.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핀테크 기업 상품에 두루 가입했다. 적은 금액으로, 소소한 성취감을 맛보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내역을 검토한 어피티 필진이 ‘저축을 약간 줄이고 비상금 잔액을 늘리라’고 조언할 정도다.
은행 점포 방문보다 스마트폰 뱅킹에 익숙하다는 점도 이 세대의 주요 특징일 것이다. 우체국도 최근 이들이 눈여겨볼 만한 상품을 내놨다. 지난 5월 27일 출시된 ‘매일모아 e적금’과 ‘편리한 e정기예금’이다. 둘 다 스마트폰 뱅킹만으로 가입할 수 있다. 매일모아 e적금은 일정 금액을 매일 자동이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저축한도는 월 100만원. 온라인 정기예금 첫 거래·급여이체 등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2.25%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필자도 한 번 가입해 보았다. 주민등록증을 촬영하는 등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 우체국 계좌를 만드는 데 약 10분, 일 이체 금액을 고민하는 데 3분. 15분 정도면 충분했다. 부모세대가 경험한 10% 이율은 돌아올 일이 없겠지만, 소소하게 쌓이는 적금 액수를 기대하면서 하루 커피값을 아끼게 해줄 것 같다.
우정사업본부 제공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