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와이파이는 왜 흐지부지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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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디지털 뉴딜. 한국의 경우에는 공공 와이파이 확충이 큰 골자인 듯싶다. 인터넷이 상·하수도나 쓰레기 처리 같은 공공성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기에 통신 복지 및 디지털 정보 격차 해소 등 명분은 어느 때보다 확실하다.

하지만 이미 십수 년도 전에 공공 와이파이는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적이 있다. 공공 투자로 형평성 문제를 교정하려는 시도는 매력적이다. 200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시도가 유명한데 구글과 통신사가 참여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상은 높았으나 현실의 비용산정은 냉혹한 탓이었다. 한국에서도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에 ‘무료 무선인터넷’ 선거공약으로 지방선거가 시끄러웠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공공 와이파이 신호가 3G·LTE 신호처럼 안정적으로 지역을 뒤덮고 있는 곳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전문 업자와 공공의 기술 및 관리 능력은 같을 수 없다. 예컨대 통신사 기지국에 장애가 있다면 난리가 난다. 공공 와이파이는 어차피 공짜라 다급함이 없다. 장애만이 문제가 아니라 평시의 품질 관리 및 개선에도 본업이 아니면 마음이 가지 않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구글과 같이 정부 못지않게 만인에게 인터넷 접속을 확보해주고 싶어하는 이들도 무료 와이파이 사업에서 좌초하곤 한다. 미국 마운틴뷰 전역에서 시도한 ‘구글 와이파이’ 서비스도 그렇게 저물어갔는데, 사람들이 몰려서 넷플릭스를 보기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통신사업자이기도 한 구글마저 그러한데 공공기관에 쉬울 리 없다. 개도국을 위한 ‘구글 스테이션’ 무료 와이파이도 2월에 막을 내렸다.

공유지에는 늘 비극이 뒤따른다. 공짜는 남용된다. 예컨대 주민센터에 신호가 센 최신 와이파이6가 들어온다면, 이제 근방에서는 집에 인터넷 설치를 아예 안 할 수도 있다. 일부 주변인들에 의해 항시 점령 상태가 되면 정작 간만에 써보려는 선의의 방문자들은 잡히지 않는 와이파이 껍데기만 만나게 된다.

물론 이미 공공 와이파이에서는 시간 단위로 연결을 해제하는 등 사용자를 불편하게 함으로써 대비책을 마련하곤 하지만, 이를 다시 회피하기 위한 꼼수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리눅스 기반 다기능 사설 공유기가 이런 제약을 회피하며 공공 와이파이의 회선을 다시 쪼개서 쓰게 할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예전에도 남의 집 유선 방송도 옥상에 올라가 분배기와 증폭기로 따다가 공짜로 보는 이가 있었으니, 무선 신호의 어뷰징은 훨씬 쉽다. 통계와 로그상으로는 활용도도 사용량도 많으니 정책 성공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우범지대화될 수도 있다. IP가 특정되기 힘드니, 공공 와이파이에 붙어 악성 댓글 알바를 하거나 불법 파일을 교환할 수도 있다. 흔적을 남기기 싫은 일탈이나 범죄를 획책하는 이들이 이 공간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IT 리터러시가 있는 이들은 타인의 트래픽을 염탐할 수 있는 개방형 와이파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어지간해서는 잘 쓰지 않는다. 물론 새로운 보안규격 WPA3 등에서는 개방형 와이파이를 위해 암호화 트래픽을 제공하곤 하지만, 공유 폴더 해킹 등 여전히 위험은 뒤따른다.

위기의 시대. 재정정책으로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보편적 효용을 만들지 못한다면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될 수 없다. 정책이 성공할수록 수익이 줄 통신사가 팔 걷고 나설 리도 없다. 세계 곳곳에서 반복된 지난 15년간의 실패의 역사를 시행 전에 반드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향DB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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